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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돌이의 서재
  • 자전하며 공전한다
  • 야마모토 후미오
  • 15,300원 (10%850)
  • 2022-10-16
  • : 149

행복이란 무엇인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자전하며 공전한다》를 읽고

 

《자전하며 공전한다》는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야마모토 후미오가 일본에서 2020년 7년 만에 출간한 작품이다. 이 책은 여성의 일, 출산 등을 밀도 있게 그려냈으며, 특히 미래가 불투명한 연인들이 갖는 고민에 대해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야마모토 후미오 작가는 2021년 세상을 떠났다.

 

32살의 여성인 요노 미야코는 엄마의 병이 심해진 것을 계기로 고향으로 내려와 아울렛에 계약직으로 취직한다. 가족과의 관계, 엄마의 병, 불투명한 미래 등으로 고민하던 미야코는 어느 날 같은 아울렛의 회전초밥집에서 일하던 간이치를 만나 사귀게 되고, 안 그래도 고민이 많던 그녀에게 남자 문제라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기게 된다. 과연 미야코는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행복을 거머쥘 수 있을까.

 

자전하며 공전한다

 

이 책의 제목은 보다시피 ‘자전하며 공전한다’이다. 책을 보다보면 미야코가 간이치에게 자신의 삶을 불평하자 간이치가 자전하며 공전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우리는 똑같은 궤도로 한순간도 되돌아갈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미야코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고민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니 행복이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미야코 언니가 망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립할 경제력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오해하실까봐 염려되는데, 전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 힘으로 살아갈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한테는 여러 사정이나 배경이 있고 예를 들어 가족을 간병해야 하거나 하는 여러 상황이 있잖아요. 하지만 미야코 언니의 경우는 간이치 씨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경제적인 것뿐이죠. 그분과 앞으로 바람직한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싶다면 미야코 언니가 그걸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을 늘리는 건 어떨까요? 간이치 씨는 지금 혼자 살고 있으니 원래 문제가 없을 거예요. 미야코 언니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간이치 씨의 장래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닐까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단연코 이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이치와의 관계를 불안해하는 미야코에게 후배 소요카가 따끔하게 말한다. 행복이란 남에게 얻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게 너무 애써 행복해지려고 안 해도 돼. 행복해지겠다고 기를 쓰면 약간의 불행도 용납할 수 없어지니까 조금은 불행해도 돼. 내 마음처럼 안 되는 게 인생인 법이니까.”

 

그렇게 불안해하고 남에게 의지하려 하던 미야코는 더 이상 없다. 어느새 그녀는 자신만의 인생 방식을 찾아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어떻게 살든 괜찮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나오는 역자 후기를 보면 이 책의 역자인 김현화 번역가는 이렇게 적었다.

 

사람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행복할 수 없다. 하지만 간혹 ‘어제의 행복’에 집착해서 똑같은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라며 지나간 행복을 돌이켜본다. 허나 우리의 행복은 자전과 공전을 하기에 똑같은 자리에 두 번 존재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모습의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과거라는 틀에 맞춘 행복은 오히려 불행에 가깝다. 자전과 공전으로 우리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행복에만 한결같은 모습을 요구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일 수 있다.

 

번역가의 말처럼 우리가 행복도 변하는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미야코가 깨달았듯이 조금은 편하게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날이 언젠가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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