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정지게 2026/06/2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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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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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26-06-03
: 810
문학전집이 아니다. 문화전집이다. 시리즈 1권은 소설가 헤르만 헤세와 치열했던 화가 빈 센트 반 고흐가 두툼한 양장본 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엮은이인 소설가 홍선기는 문화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런 이력이 있기에 저자는 생소한 '세계문화전집' 시리즈를 기획하고 초고를 이미 탈고했다고 한다. 시리즈 10권 중에 이번에 나온 '만나지 않은 쌍둥이'는 2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좋은 점. 일단은 소설가의 작품과 화가의 그림을 한 권 책에서 읽고,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거다. 글과 그림을 찬찬히 음미함며 책갈피를 넘기다 보면 엮은이의 의도를 알게 된다. 살아 생전에는 서로 만나거나 교류한 적이 없는 이질적인 두 사람을 어떻게 매칭을 시켰을까? 이런 호기심을 갖고 책읽기를 시작해 보자. 소설가와 화가라는 조합은 매우 신선하다. 단편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도록 배치하고 그 사이에 화가의 그림을 삽화처럼 배치한다.
융합이란 것이 첨단 기술의 영역이 아닌 문화(소설과 회화) 분야에서도 가능하지 싶었다. 이런 신박한 기획 덕분에 독자는 일거 양득할 수 있다. 제2권에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와 화가 에곤 실레가 등장한다. 모두 100년 전을 살았던 천재(!)였다. 그것 때문인지 두 사람은 모두 요절했다.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강렬한 소설과 그림을 남기고 간 두 사람. 그들의 공통 분모를 엮은이는 두 사람의 '아버지'로 설정했다. 문화전집의 특징 중 하나는 엮은이의 통찰로 두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간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독자는 작품 감상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삶의 궤적을 엮은이의 안내를 따라가며 되짚을 수 있다. 카프카와 실레가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기에 그런 성향을 갖게 되었는지... 소개된 소설과 그림은 말해 뭘할까 싶다. 엮은이의 시선으로 카프카와 실레의 어린 시절, 그들의 아버지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담담히 가슴에 담아보자. 그들은 약 백 년 전을 살다갔지만 이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독서는 그저 지식을 쌓는데 그치는 일이 아니기에. 저이들의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나는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책 읽는 내내 들었다.
양장본이라 서가 한 켠에 1권과 함께 뒀다. 엮은이가 부록에 소개한 클래식과 함께 틈날 때마다 다시 꺼내 읽을 생각이다.
*** ***
한 사람은 살아 있는 아버지에게 짓눌렸고, 다른 한 사람은 죽어가는 아버지의 광기에 시달렸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인가, 아니면 나 자신인가?
두 사람은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사회와 국가에 의해 점령당한 영토인가?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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