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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게님의 서재
  • 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 19,800원 (10%1,100)
  • 2026-04-16
  • : 590
비취빛 배경에 하얀 아몬드꽃이 피었다. 옅은 코발트 빛나는 양장 표지에... 시인이요 소설가로 이름을 남긴 헤르만 헤세. 강렬한 해바라기의 인상을 남긴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한 권의 책 안에서 교감을 나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생몰연도를 확인해 보니 실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죽은 1890년에 헤르만 헤세는 13세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을 '안부'라는 주제 아래 묶은 시도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는 굉장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는 기독교의 영향 아래서 성장했다. 때문에 영성에 대한 뚜렷한 감수성이 드러난다. 주지하듯 헤르만 헤세는 동양 철학까지도 자신의 문학 세계에 포함시켰다. 빈센트 반 고흐는 깊은 종교적 모티브를 동시대의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았던 작품 속에 녹여냈다. 고등학생 때 빈센트가 그린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어느 책에서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화려하고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그의 그림은, 그러나 빈곤 가운데서도 나눠 먹는 가난한 사람들을 담아냈다.

헤르만 헤세의 쳥년 시절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먼저 소개된다. 그의 문학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기를 먹는 비서(?)에게 물어보니 23세 때 그가 쓴 작품들은 이후 수많은 저작의 뿌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황야의 이리, 싯다르타 등등.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헤르만 헤세의 문학 세계는 깊은 사색과 사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책에 수록된 스케치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현대인들은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보다 대부분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스마트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쉼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에스엔에스 등에서 퍼나르는 화려하고 현란한 영상과 화면들이 정말 값어치를 하는 정보가 될까? 옥석을 가리는 통찰력과 분별, 안목이 없이는 불가한 일일 게다. 이런 내면의 힘은 어디서 비롯될까? 운동 선수들이 폼을 익히고 근육을 단련하고 새로운 전술을 연구하듯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한다.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공식을 배워야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 것도 들여다 보지 않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에 실린 빈센트 반 고흐의 거친 유화를 들여다 보라. 헤르만 헤세의 작품 사이에 실린, 아마도 펜으로 그린 듯한 스케치를 아무 생각없이 한 동안 응시해 보자. 헤세와 고흐 두 사람 모두 수 백년 뒤에 살고 있는 이름 모를 독자에게 안부를 전한다. 언어가 안 통해도 통하는 법이다. 두 사람의 고독과 사유의 몸부림에는 그럴 만한 힘이 실려 있다. 헤세가 23세 때 쓴 글들은 우리의 청년 시절을 돌아다 보게 한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미안함과 절실함이 담겨 있다. 그들은 갔지만 편지와 그림과 작품은 남아서 오늘을 사는 젊음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오늘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있는가?

(모티브 출판사에서 낸 세계문화전집 시리즈 제1권이라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제2권은 과연 어떤 설렘을 가져다 줄지... 처음엔 문학인줄 알았다가 문화라니... 조금 놀랐다)

*** ***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안부는 '빚'이 되었습니다. 갚을 수 없는 빚, 사랑이 죄책감으로 변하고, 죄책감이 절망으로 변하고, 절망이 밀밭에서의 총성으로 변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에게 안부는 '숨'이 되었습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 보내고 받는 것, 그 호흡이 62년 동안 멈추지 않았기에, 헤세는 85세까지 살았고, 4만 4천 통의 편지와 3천 점의 수채화를 남겼습니다. 그런 뒤 자신의 침실에서 잠들 듯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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