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기사 이세돌9단이 알파고라고 작명된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벌인 바둑 대결이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벽하게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 몇 년이 그냥 흘렀다. 그러다 2022년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GPT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 모델은 세종대왕 아이패드 투척사건 등 잘못된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 버전업이 될수록 기능 향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미다. 각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일상생활의 편의 뿐만 아니라 업무와 교육, 창작-작곡, 디자인 등- 영역에까지 파급력이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함으로써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번에 읽은 신간 '5차원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 방향을 재설정하자고 제안한다. 저자 원동연은 평생 지론으로 5차원 교육을 설파해 왔다. 바로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능력, 인간관계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67쪽에 전인격적인 인격교육을 위한 25가지 커리큘럼을 표로 볼 수 있다.
공동 저자 민진홍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마케팅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력(인간의 능력)을 키워 인간다움을 지키는 방법을 기술자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책은 모두 2부 8개장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조적 지성과 인간 능력을 키우는 교육의 방향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제2장에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럼에도 인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를 설명한다.
제2부에서는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조하며 활용해야 하는지를 실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질문 뿐만 아니라 전제조건을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실례로 독자가 구상하는 책을 인공지능과 협업해서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데, 따라해 보면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가며 어떤 내용이 있나 살폈는데, 일상과 업무 중에 필요한 때에 목차를 보고, 따라해 볼만한 가이드가 꽤 많이 수록돼 있다. 8장 더 깊이가기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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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란 우리의 사고를 확장하고, 지식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질문이 없으면 배움이 깊어지기 어렵고,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이란 우리가 얻은 지식이나 교훈을 자신의 삶에 실제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질적이고 의미 있는 질문을 주고 그 질문에 대해 답해 보면서, 지식을 더 깊게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할 때 중요한 지식이나 교훈을 스스로의 경험과 연결하고,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38쪽)
사실 우리는 왜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무엇을 알기 위해서 대부분의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왜 질문했느냐의 질문을 상대방에게 받게 되면, 그때부터 생각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작은 질문이 우리를 조금씩 변하게 만들어 줍니다.(89쪽)
AI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배워서 글을 쓸 수 있지만 우리의 생각이나 경험, 상황을 직접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좋은 답변을 받으려면 필요한 정보를 잘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