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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게님의 서재
  • 노화도 축복이다
  • 정재영
  • 16,200원 (10%900)
  • 2024-11-28
  • : 185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한 연말과 연시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이번 생애에 다시 겪으리라 상상조차 못했던 비상 계엄을 실시간 생중계로 보았다. 유년 시절과는 다르게 숨이 멎는 경험이었다. 아직 진행 중인 숨막힘에 이어 며칠 전엔 여객기가 비상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하는 참사 소식이 전해졌다. 감히 상상치 못한 비극이다.

먹먹한 중에도 아껴가며 한 장씩 읽어 내려간 책이 있다. 50대 후반의 자칭 나이든 전업 작가 정재영의 신간 '노화도 축복이다'라는 제목이 역설로 다가온다. 저자는 간명하게 이 책의 주제를 보여준다. '고정관념의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뜻밖의 축복을 누리는 방법을 아낌없이 소개한다.

저자는 6개 챕터에 걸쳐 역설을 소개한다. 노년에도 창의와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 오히려 그 영혼이 깊어지고, 노년은 오히려 그 삶이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저자는 또 강조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할 수 있고, 노인을 위하는 나라를 만들어 가야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음을!

왜냐면 젊은이들도 서서히 노인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문한다. '연령주의'와의 이별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연령주의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마치 과거에 장애인의 상대어로 정상인이라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제도나 기반 시설은 젊고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됨을 주목한다. 지난한 투쟁 끝에 장애인도 불편을 덜하도록 개선되는 것처럼, 이제는 노인을 돌아볼 때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노인이 되어가는 자기 자신 스스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노후를 맞이하는가는 지금 이 책을 읽는 아직은 젊은 독자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꼭 늙어봐야 아는가? 저자의 조언 중에 몇 개를 골라서 2025년 새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유용한 독서후 활동이 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다면 임종을 지키려 노력하지 말고, 지금 의사 소통이 잘 될 때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을 미루지 말고 지금 하라는 조언. 이는 자식 뿐만 아니라 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지나고 나면 안다. 아.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젠 정말 미루지 않고 하면 된다. 이 책엔 생각할 거리를 정말 많이 소개해 뒀다.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오히려 젊어지려는 노력을 촉구하는...

*** ***
노화가 상실의 과정인 것만은 아니다.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다. 건강 면에서도 같다. 우리는 쇠약해지면서도 강건해진다. 물론 상실이 획득보다 몇 배 큰 건 사실이다.(228쪽)

노화는 가혹하거나 완고하지 않다. 자율과 선택권을 개인에게서 다 빼앗지 않는다. 자신을 젊게 인식하기만 해도 노화의 기세를 꺾어 놓을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늙어 빠졌다고 여기는 사람은 노화를 가속화한다. (296쪽)

자전거를 버리고, 물속에서 신나게 헤엄칠 생각을 하면 기분이 썩 괜찮아지고 나이 든 부모님이 얼핏 부러워 보이는 신기한 시기심에까지 빠지게 된다. 좁은 자전거 전용 도로 옆의 넓은 강물을 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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