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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게님의 서재
  • 다산 1
  • 한승원
  • 14,400원 (10%800)
  • 2024-11-10
  • : 375
겨울을 재촉하는 늦은비가 내린다. 더해 늙은 낙엽을 사정없이 내치는 거친 바람은 덤이다. 비와 바람을 비해 어느 찻집 2층 창가에 앉아 다산1권을 읽는다.

노회한 소설가 한승원의 시선으로, 그가 되짚어 걸어갔을 다산의 고단한 유뱃길을 독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산 정약용의 삶의 여정은 책(다산2권) 뒤 부록을 읽어가면 된다. 거기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약력과 됨됨이 또한 간결하게 정리해 뒀다.

소설은 역시 이야기로 읽어가야 맛이다. 한승원 작가는 이런 기본에 충실하게 삶의 여정을 풀어간다. 마치 꿈인듯 현실과 교차하는 안타까움을 독자와 함께 탄식하게 하게 힘이 있다.

기약없는 유배 생활이 얼마나 고단할지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산은 무려 18년을 기다렸다. 40세 한창 나이에 가족과 형제와 생이별한 뒤 환갑이 다 되는 나이에야 풀려난다.

그의 고단하고 외롭고 억울한 세월!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기간에 여유당전서 500여권을 저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정조가 일찍 죽지 않고 정약용이 조정에 매여 있었다면...

목민심서가 빛을 볼 수 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다산은 원치 않은 유배 생활이 가져다 준 '남아도는 시간'을 제자들을 가르치고 저술하는데 썼다.

그가 관직에 있을 때 듣고 보았던 여러 문제들을 풀어나갈 해법을 제시하는 그런 내용들... 오늘날에도 금과옥조로 삼을만하다. 탐관과 오리들. 여전하다.

한승원의 글은 선명한 세필 같은 느낌이 난다. 거문고의 묵직함도 있다. 작가는 다산을 되짚어가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산은 나의 삶에 거대한 맑은 거울과 같았다.
작가 자신의 삶을 다산이란 거울에 비춰 보며 살았다는 말이다.

웬지 그 말에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 ***
정약용은 하늘의 별들을 쳐다보았다. 툭 건드리기만 하면 우수수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푸른 별 누른 별 붉은 별들이 송알거리고 있었다. 눈앞이 전보다 더 환해지고 있었다.

'아. 천지는 저절로 된 것이 아니고 하느님에 의해서 창조되었다.' (111쪽)

'어여쁜 저 아가씨와 노래하고 싶어라. 어여쁜 저 아가씨와 말을 하고 싶어라. 어여쁜 저 아가씨와 사랑하고 싶어라.'
어여쁜 여인을 사랑하듯이 열정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어떻게 그것을 이룰 수 있는가.(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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