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 호명사회
정지게 2024/10/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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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예보: 호명사회
- 송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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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냈다고 할 수 있겠다. 2024년도에 기억 남는 일이 많지만 그 중에 책을 고르라 하면 바로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시리즈를 작년에 이어 읽은 것이다. 작년 가을에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를 경악하며 읽은 게 기억에 새롭다.
저자 송길영은 어떤 사람인가? 송길영은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을 면밀하게 관찰하는데서 그의 통찰의 자료를 확보한다고 한다. 동시대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동 양태와 사회 현상의 원인과 인과관계를 찾아가는 지난한 여정을 20여 년 넘게 해 왔다고 한다. 이런 선생님이 계신 것을 여지껏 나는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다.
막막한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고, 나아가는 길이 희미한 때에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길잡이가 필요한 때에 송길영은 주목할만한 작가라 생각한다. 이번 가을에는 그의 두번째 시대예보를 주의 깊게 읽었다.
책에는 충주시를 널리 알린 말단 공무원의 이름이 등장한다. 조그만 소도시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힘든 세상에 7급 공무원 이름에 누가 관심을 둔단 말인가? 홍보 담당 김선태 주무관이 주인공이다. 그의 이름을 우리가 알게 된 이유가 궁금한가? 호명사회를 펼쳐 보라.
올해에 관심을 끈 이름이 또 있다. 파리 올림픽이 끝난지 두어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이름. 안세영. 그는 기존의 관행에 브레이크를 거는 소신 발언을 해서 주목을 끌었다. 그가 던진 변화와 개선의 외침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용기있는 사람들로 해서 변화해가고 있다.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안세영의 사례는 111~112쪽에서 저자가 언급한 내용과 오버랩된다.
그런가 하면 이번 가을, 가짜뉴스가 아니었나 싶었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어떤가? 소설가 한강. 그 이름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모두들 축하하는 분위기 가운데서도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부류도 있다. 한국의 기성 문단 곧 주류에서 빗겨난 것으로 평가받던 한강 작가가 더 큰 외부에서 평가를 받으니 얼마나 경천동지할만한 일이었겠는가?
호명시대 165쪽을 보면 기존 질서와 기준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길을 새롭게 찾아 개척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때가 바로 호명시대임을 저자는 설파한다.
김선태, 안세영, 한강. 이 이름들은 송길영 작가의 말처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선구자였기에 웬만한 사람들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어느 조직에 속한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송길영의 시대예보가 적중하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다음 예보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 ***
한탄이 아닌 나아짐을 모색하기 위한 올바른 질문은 나 자신에 대한 명징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목가적 삶을 선호하고, 누군가는 도시의 빠른 템포를 사랑합니다. 타인이 선망하는 성과를 낸다 해도 정작 자신은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 없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선택을 할 때 따라오는 것은 위축된 자신의 모습입니다.(88쪽)
조직이 주는 지원과 안락함은 예전 같지 않은데 그럼에도 개인이 조직에 지불해야 하는 공동 비용이 계속 증가하자, 이를 넘어선 대안의 사례들이 개인에게 독립을 유혹합니다.(111쪽)
앞으로 개인들은 뽑아주는 일, 뽑히는 일로 가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선발 시스템의 권위를 좇아 '뽑히기'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전에 존재하던 거대하고 오래된 권력에 귀속되겠다는 의지와 같다고 인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각자는 스스로 자신만의 일가를 이루는 모습으로 거듭나려 시도할 것입니다.(112쪽)
우리가 의족과 종속에서 벗어나 자존과 자립을 추구할 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욱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내면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것입니다.(137쪽)
외부의 기준보다 자신에서 비롯된 질문에서 본인이 더욱 잘할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이는 자신에 맞는 '본업'을 찾는 길이며, 무엇보다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입니다.(165쪽)
지금은 협업 도구가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개인의 위치도 언제든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 있으니, 잠깐의 휴식에도 즉각적인 독촉이 쏟아집닏. 업무가 구조화되었다는 것은 결국 쉼표를 없앤 것이고, 그만큼 노동의 강도는 높아집니다.(206쪽)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는 이들의 수평적 연대는 각자가 스스로 완결하여 이름의 값을 해내는 신뢰의 사회를 형성합니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이름에 부응하는 자기 완결성의 사회, 호명사회가 다가옵니다.(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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