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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란 말을 들으면 왠지 어렵단 생각이 먼저 든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쉽겠는가. 내 마음조차 왜 이러는지 잘 모를 때가 많은데... 상대방 그것도 직장 상사나 동료, 후배, 경쟁 관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내게 이렇게 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 지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이런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직장인-자영업이나 프리랜서가 아닌-을 위한 실전 심리학 안내서가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 강호걸은 취미로 만화를 그린다고 한다. 그의 신간 '만화로 보는 심리 법칙'은 이렇게 이런 배경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게다. 책 속의 주인공 최도진의 입사 시기부터 45가지의 에피소드를 직접 그렸다. 승진을 거듭한 최도진은 초고속 승진으로 대표이사가 되는데...
45가지 에피소드는 곧 45개의 심리학 주제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은 학술적인 심리학 입문서가 아니다. 오히려 직장 생활 가운데 겪게 되는 인간 군상들의 여러 상황들이 심리학 개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소개해 준다. 목차를 보면 소제목들이 모두 질문으로 되어 있다. 첫번째 질문. 합격 확률을 높이는 면접 복장은? 이 에피소드에서는 '현저성 효과' 개념을 소개한다. 주인공 최도진은 서류전형 34회만에 첫 면접을 보게 된다. 어떤 복장으로 면접장에 갈까 고민하는 주인공에게서 저자는 현저성 효과 뿐만 아니라 후광 효과, 뿔 효과 등을 끄집어내서 설명해 준다. 개념만 잡아주고 가는 편이니 더 깊이 알고 싶으면 더 두꺼운 책을 찾아야 한다.
만화라는 매체로 각 에피소드를 시작하니 몰입하기 좋다. 그림체 자체가 선이 두텁다. 그림보다는 글풍선에 집중하라는 배려로 보인다.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는 심리학 개념들도 많이 있었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신입 최도진의 좌충우돌 직장생활은 그의 내면을 두텁게 하고 외연도 다듬어 준다. 어느덧 중진이 된 그는 멘토로서 후배들을 돕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 라떼(!)를 주의해야 한다. 228쪽에 부장님이 그렇게 '라떼'를 찾는 이유 에피소드에서 다룬다. 심리학에선 회고 절정이라 설명한다.
이 책은 세대를 불문하고 꼭 읽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와 직급을 막론하고 직장에서 함께 하루를 보내는 동료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개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최도진의 성장기를 바라보면서 동기 부여를 받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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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려면 그 문제에 완전히 집중하여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엄청나게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한마디로 완전한 집중, 그 자체다. 그런 다음, 생각을 멈추고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다 보면, 무의식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때 바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145쪽)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중년과 노년기의 사람들에게 과거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우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초기 성인기의 사건들을 더 중요한 것으로 느끼고,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회고 절정이라고 한다.(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