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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게님의 서재
  • 중국의 조용한 침공
  • 클라이브 해밀턴
  • 19,800원 (10%1,100)
  • 2021-06-04
  • : 1,249



날마다 신문이나 뉴스를 챙겨 보지 않은지 조금 되었다. 진영 논리나 클릭을 유도하는 듯한 자극적인 제목들에 낚이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에 남는 시간에 정보 분석과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국제 관계를 다룬 책을 읽었다. 6월에 읽은 첫번째 책은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다. 부제가 강렬하다. '대학부터 정치, 기업까지 한 국가를 송두리째 흔들다'. 저자는 호주에 있는 찰스스터트대학교에서 공공윤리를 가르치는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이다. 그는 중국-정확히는 중국 공산당-이 다른 나라의 학교, 정치, 기업, 언론, 문화, 종교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것을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밝힌다. 중요한 것은 그 행보가 티 안나게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냉전을 치렀다. 중국은 모택동의 문화 대혁명으로 퇴행하기도 했지만 등소평이 경제 분야 개방정책으로 대국굴기의 기틀을 마련했다. 구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이 유일한 절대강자의 위치를 공고히 했지만 시진핑의 중국은 '일대일로' 비전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 주도의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지칭한다. 중국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 경제를 중국 '위완화'를 기축통화로 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구애와 압박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저자가 살고 있는 호주는 영연방 국가이지만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아시아권의 경제 공동체로 편입을 자원했고, 이에 중국의 전략적 공략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경계한다. 호주의 대학교는 5만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이 내는 등록금과 체류비는 학교와 주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공자학원을 국비-중국 공산당의 돈-를 지원하여 전 세계 곳곳에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 대항하는 경제 대국의 위상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 대국임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중국 공산당의 장학금을 지원받고 공부한 학생들은 본국에 귀국하여 중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행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교육과 경제 분야를 거쳐 정치 권력에까지 전이된다. 저자가 조사한 바로는 호주의 주요 선거에서 중국계 호주인이 당선되어 친베이징적인 행보를 걷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문화와 종교 분야도 그러하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민주적인 절차와 정당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은 공산당 독재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크게 보면 황제는 사라졌지만 중국 공산당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공산당의 입지를 흔드는 어떤 시도나 움직임도 좌시하지 않는다. 한때 중국 본토에서 유행했던 파룬궁을 탄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옹호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보복을 감행한다. 그뿐인가.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미사일 기지를 제공하자 중국 내 사업장을 축출하고, 관광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매우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데 공산당 일당 독재이기에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제주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중국 자본을 적극 유치하여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대학들도 중국인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꽌시 문화가 아직도 통용되는 불투명한 중국과의 관계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무조건 그들을 불신하거나 비하할 일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자웅을 겨룰만큼 저력을 키웠고, 과거에 일본이 그러했듯 제3세계를 중심으로 자기편을 늘려 왔다.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더불어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한국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중국의 속내를 살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조용히, 서서히 침공한다. 그들의 행태를 알아차리고 경보를 우리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클레이브 해밀턴 교수가 울리는 경계경보에 귀를 기울여 보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은 문화부장을 앞세워 중국의 소프트파워 형성에 돈과 인력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전 세계 119개 나라에서 열리는 춘절 기념행사가 2010년에는 65개에서 2015년 900개로 급증했다. (63p)


중공이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정당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듯 중공과 밀접한 중국계 호주인 일부가 호주 정치 기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점점 그 수가 늘고 있다. 지금은 많지 않으나 이 추세대로 가면 베이징 대리인들이 호주 정치를 장악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142p)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정체를 정리하면 이렇다. 베이징의 지원을 받아 합법적인 연구 기관으로 위장한 선전 집단이며, 최종 목표는 호주의 정계와 정책에 미치는 중공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연구소를 관리하는 대학은 돈 욕심에 눈이 멀어 학문의 자유와 참된 실천의 약속을 저버리고, 연구소를 책임지는 전작 정치인은 자신이 베이징의 얼마나 귀중한 자산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174p)


제프 웨이드는 중국이 최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대부분이 미국의 동맹국과 이루어졌다고 지적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 호주와 협정을 체결했고, 유럽연합과도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의 목표는 이런 국가나 연합이 베이징에 의존하게 만들어 미국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다. 미국 동맹을 깨트리는 것이 베이징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인 것이다. (188p)


중국의 실크로드, 일대일로

BRI(일대일로 이니셔티브)로도 알려진 일대일로OBOR는 중국을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는 물론 더 넓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하려는 원대한 전략 구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고대 실크로드에서 영감을 받아 2013년에 최초 발표한 일대일로는 각각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라는 전략적 구상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중국이 투자와 대외 원조를 위해 비축한 막대한 현금이다. 중국이 이런 전략적 구상을 세우게 된 한 가지 강력한 동기는 중국의 돈과 기업, 노동력을 해외로 내보내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하게 만들고, 낙후한 지방을 활성화하고, 과잉 생산되는 철강과 건축 자재 등의 판로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경제적 목적을 뛰어넘는 야심이다.

일대일로가 강조하는 것은 항구와 철도, 도로, 에너지망, 통신 등 대부분 '연결성'을 끌어올리는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거나 획득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항만 시설의 건설이나 획득에 집중했다.(197p)


중국 정부는 학자와 여론 주도층을 돈으로 설득하는 전략을 고수해, 각종 세미나와 회의에 자금을 지원하며 호주에서 일대일로를 선전하고 있다.(205p)


스파이는 당연히 신소재나 나노 기술 등 첨단 분야의 연구 결과를 노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안심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2016년 미국 정부는 농민들에게 유전자 조작 종자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중국 사업가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262p)



학자들이 자기 검열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각종 협력 사업이나 재정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호주 대학이 중국 대학과 공식적으로 체결한 연구 협력 계약이 거의 1,100건이었다.  그중 최고는 총 107건의 협력 계약을 체결한 시드니대학교이었다. 직원이나 학생 교류 협약도 수백 건이다. 이런 협약이 대학 행정부를 중국에 우호적으로 행동하도록 꾀고 비판적인 학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억누르는 유인책이다. (298p)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모두 무시하듯, 시드니공대는 2017년 4월 중국전자과기집단과 제휴해 빅데이터 기술과 메타소재, 첨단 전자 장치, 양자 컴퓨팅 및 통신을 연구하는 공동 연구소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연구 주제가 모두 군사 및 보안 분야에 응용되는 주제였다. 예를 들어 중국이 메타소재 활용법을 연구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스텔스기 제작이라는 인민해방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신설된 시드니공대 연구소에 중국 국영 기업 중국전자과기집단이 2,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308p)


공자학원은 실제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 문화를 홍보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거 중공 최고 지도자였던 후진타오는 공자학원의 목표를 '공산당의 국제적 영향력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자학원이 설치된 기관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키우는 일도 목표에 포함되었다. 공자학원을 설치한 대학은 중국 교육부가 설치기금을 지원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중국학자 데이비드 샴보David Shambaugh는 그 기금이 사실은 교육부를 거쳐 '세탁된' 중공 선전부 자금이라고 지적했다.(324p)


중국인 학생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 강의를 듣게 하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이들이 이념의 틀 안에서 확실히 빠져나오도록 해야만 한다. 중공에 도전하는 의견을 막으려는 조짐이 보이면 지나치지 말고 맞서서 비판해야 한다.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아 은밀히 운영되는 반민주 단체 중국학생학자연합회를 해산하고, 중국인 학생들을 지원하는 단체를 새로 설립해야 한다. 연방 정부는 베이징을 편드는 정치적 시위에 가담하는 중국인 학생에게는 절대 호주 영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확실히 밝혀야  한다.  (342p)


그래도 호주 사회에는 민주주의 제도와 민주적인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민주주의를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은 중공의 손아귀에서 탈출해 호주에서 자유를 얻은 중국계 호주인들이다. 호주의 주요 인사들이 중국의 정치 체제나 호주의 정치 체제나 크게 다르지 않고 경제 혜택과 자유를 맞바꿀 수 있으며 중공이 '중국 가치'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면, 그 소리를 듣는 중국계 호주인들은 속이 뒤집힌다. (4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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