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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ell님의 서재
  •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 히가시가와 도쿠야
  • 10,710원 (10%590)
  • 2011-10-10
  • : 498

추리소설이다. 그것도 밀실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이다. 그런데 어랏? 이 책은 표지부터 뭔가 큭큭 거리는 웃음을 유발한다. 작은 노란색 별무늬가 이어지며 경쾌함을 주는 가운데 ‘밀실의 열쇠’ 이렇게 끊어지며 뭔가 궁금증을 유발하고 어떤 사건이 발생했나 긴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목 역시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라는 식으로 긴 문장이다. 응? 살인사건이 일어난 밀실의 열쇠를 빌려준다고? 빌려주면 나 열어야 하는거야? 하는 등 어리둥절한 가운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아니더라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계, 비디오테잎, 검정 비닐봉지의 술과 안주 등이 등장한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밀실의 열쇠~’는 표지부터가 경쾌한, 미스터리지만 음침하지 않은 내용일 것만 같다.

 

그랬다, 정말. 책을 읽다보니 분명 하룻밤새, 그것도 한시간 안팎으로 사람이 둘이나 죽었는데도 무서워, 살인사건이 더 발생하는거 아닐까 그런 걱정은 없다. 도대체 누가 왜 죽인걸까? 하는 의문은 계속 가져간다.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놓지는 않는 서술.

 

예전에 오징어잡이로 유명했던 도시에 생긴 뜬금없는 대학의 뜬끔없는 학과를 다니는 류헤이는 어느 순간 영화감독 같은 큰 꿈을 접고 ‘이 도시에서 관련직종에 취업하기’가 목표가 된다. 그 목표마저도 쉬워보이지 않는데 여자친구 유키는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 헤어지자’를 선언한다. 흥 하고 잊어주려고 했는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술 마시고 취한 김에 사람들 앞에서 욕도 하고, 여자친구가 사는 아파트 이름을 들어도 생각이 난다.

쿨한 남자는 아닌 류헤이. 그 여자친구가 죽게 된 날,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취업을 ‘일단 확정’해준 선배 역시 칼에 찔려 피를 흘리며 죽은 모습을 목격한다. 그 모습에 신고는커녕 기절해 버리는 약한 심장, 류헤이.

 

그리고는 경찰에 신고하면 의심받게 될까봐 사건현장을 도망쳐 ‘문제 대환영’이라는 광고를 내건 누나의 전 남편 사립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 도움을 청한다.

 

미련하고 답답한, 거기다 신경질적이기까지한 것 같은 류헤이의 모습에 쯔쯧 혀를 차기도 하고, 사건 발생 후 딱딱한 나무판 위에서 깨어나고, 그 다음날은 노숙하게 되면서 ‘내일은 어디서 깨어나게 될까’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했다.

잠깐 순진하고 어리숙한 얼굴 뒤로 진짜 모습이 숨어 있는거 아닐까 의심도 했다.

 

현실에서 두 사람이 그렇게 죽었다면 정말 큰 사건이고, 류헤이처럼 도망쳐버리기도 쉽지 않을 테지만 이건 현실이 아니니까, 흥미유발 추리소설로서는 안성맞춤 캐릭터와 빠른 전개가 인상적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까 그 원인이 궁금해 잠깐 생각하게 하는 뒤끝있는 소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잠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어리숙한 이 캐릭터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읽다보면 어리숙하게 느끼지는 않게될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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