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를 제대로 만나기 위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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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스토예프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자들을 위한 신학
(저자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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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습니다. 으레 한 번쯤은 거치기 마련인 도스토예프스키 중심의 러시아 문학 수업도 들은 적이 있지요. 처음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를 드디어 배운다니!' 하지만 그 기대가 꺾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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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책이 그렇게 두꺼운지요. 러시아 특유의 긴 이름은 또 어떻구요. 더구나 그 당시엔 전역 직후라 그런지 약간 들떠있는 상태였습니다. '정신병동의 셰익스피어", "영혼의 심연을 파헤친 잔인한 천재"라고 불리는 그를 만나기에 준비가 안 돼 있던 상태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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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삶에 대한 질문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신학과 철학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이 책을 만났습니다. 겉보기엔 크기도 작고 분량도 많지 않습니다. 문고판 비슷한 판형에 페이지는 190쪽이 채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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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겐 그 어떤 두터운 책보다 강한 울림을 전달해줬던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두터운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던 사람이라 그랬을까요?
첫 부분만 이곳에 옮겨봅니다. 이 책이 당신을 선택하길 바라봅니다.
"한때 야생의 삶을 살았으나 안전한 현실에 길들여진 새 한 마리가 갑자기 자기 머리 위에서 자기와 똑같은 야생 새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날개를 퍼덕이게 된 것과 같다. 그 소리는 두려움이지만 동시에 황홀한 유혹이다."
-키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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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 책 첫 장의 제목. '인간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