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순례'라는 표현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성지순례는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여정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 위에서 바울을 보다』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넘어, 하나님을 경험하는 데에는 시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보여 주는 특별한 기록이다.
이 책은 바울의 선교 여정을 따라가는 순례기인 동시에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걸으며 만들어 낸 동행의 이야기이다. 바울이 지나갔던 도시와 유적, 성경의 배경을 따라가며 당시의 역사와 복음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고, 풍성한 사진과 기록은 현장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한다. 특히 서로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만지고, 듣고, 함께 경험하는 모습은 성지순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각 장 끝에 수록된 '길 위의 고백'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순례를 통해 깨달은 믿음과 감사, 기도가 담겨 있어 독자도 자연스럽게 묵상과 기도로 이어지게 된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영적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동행'의 가치였다. 혼자서는 어려웠을 여정이 서로를 섬기고 의지하는 공동체 안에서 가능해지는 모습은 복음이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사진 속 참여자들의 밝고 감사가 넘치는 표정은 글 이상의 감동을 전하며, 하나님께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하게 하신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성지순례를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바울의 삶과 믿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 그리고 참된 동행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