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은 조극이 해방을 맞은 날이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게는 고향과 가족을 잃은 날이었다."
강제로 조국을 떠나 경계인이 되어야만 했던 역사 속에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삶을 껴안고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뒷표지 글 중에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사할린에서 살게 된 한인 여성 ‘단옥’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단옥이 겪는 강제 동원과 이중 징용, 귀향의 좌절은 단순히 한 가족의 불행이 아니라 국적과 정체성을 빼앗긴 수많은 동포들의 집단적 경험을 대변한다. 단단한 성품의 '단옥'의 시선으로 풀어낸 1943년부터의 잊혀져가는 역사 속 사할린 한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들의 겪은 조국의 무관심과 무국적 신분으로의 억울했던 삶, 국적을 선택해야했던 그네들의 삶의 고단함, 원치 않았던 이산가족으로의 삶..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풀어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 인간으로, 딸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의 삶 속에서 겪어야 했던 고뇌를 통해 그동안 관심갖지 않았던 일제시대의 사할린 한인들의 삶이 다시 조명될 수 있는 매개가 되는 책이란 생각을 해 본다.
특히 정체성을 지켜내고자 했던 단옥의 엄마 덕춘(단옥의 시부 등 1세대들)과 배움을 통해 현실에 적응하고자 했던 단옥의 다른 듯한 삶을 통해 전통과 현실의 선택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어려운 중에도 책을 읽으며 견문을 넓힌 단옥과 유키에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내게 도전이 되기도 했다.
조금은 낯선 시선으로 풀어낸 징용문제, 나라의 돌봄, 정체성과 사랑, 삶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슬픔의 틈새'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