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상상력은 괴물 같은 거야. 후타바의 머릿속에 숨어 살면서, 새까만 페인트로 어둡고 무서운 것들로 틈을 채워 버리거든. 절대로 거기에 갇히면 안 돼. 그럴 땐 확실히 자기 눈으로, 이 손으로 확인해야 하는 거야."
-책 속 한 줄 p88
내가 좋아하는 초록이 가득한 풀 들 사이에 아주 조심스러워 보이는 왼 손~
표지에서 느껴지는 조심스러움은 싱그러움과 함께 나의 편견이 가득함이었다는 것을 완독 후 깨달았다.
제목과 책 소개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이야기일 거라는 건 알고 시작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먹먹했고 미안했고 무언가 가슴 한 켠이 묵직했다.
내가 그간 배려라고 했던 것이 배려가 맞았나~ 존중이라고 했던 것이 존중이었던가~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했다.
어쩌면 나의 세계에서 조금 자리를 내어주면서 '함께'라며 으스댄건 아니었나~
"눈도 안 보이면서 혼자서 돌아다니지 마!"
그 한 마디가 문제였다.
모두의 마음에 상처가 된 그 말!
모두를 움츠리게 했고 가두어버린 그 말!
그런데 돌이켜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고 누구나 듣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이 참 무섭다...
후타바는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은 아이였다. 그런 후타바의 엄마는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타스쿠는 5살때 볼거리를 앓고 시력을 잃었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모두 아는 아이.
후타바와 타스쿠의 중학교 1학년이야기이다. 후타바에게 졸업을 얼마 앞두고 사건이 생기고 그 사건으로 온 삶이 바뀌었다. 시각 장애아이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나 삶의 적응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읽는 내내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장애체험의 날'이라고 해서 눈을 가리고 복도를 오가거나 점자책읽기, 휠체어체험. 기초 수어배우기 등의 행사를 하기도 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더불어함께~ 라는 타이틀을 크게 걸고..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고 진지하게 임하는 아이들도 있다. 비장애인인 우리에겐 하루체험행사로 끝나는 일이지만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책을 통해 조금은 깊게 들여다보니 그 힘겨움이 느껴졌다.
손으로 보는 세계는 어떨까? 라는 호기심보다는 그 두려움이, 그들이 갖아야하는 용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그들이 마냥 아픈 건 아니다.
그래서 감사했다. 그 안에 평범함이 있어서 또한 감사했다.
조심스러움이라는 표현이 나의 편견이었음을 고백함은 어쩌면 평범한 세상을 나는 조심스러움과 두려움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배려와 존중이라는 옷을 입었다면서 어쩌면 동정의 눈이 아니었나 반성하게된다.
조금 다를 뿐인데, 조금 불편할 뿐인데
불쌍하다고 치부해버린건 아닐까.
내가 더 나은 삶이라고 교만했던건 아닐까.
책 구석 구석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보이는 사람들'의 세상이 참 부끄럽기도다.
눈이 보인다는 것은 대체 뭘까?( p208)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참 많이 응원하게 하고
참 많이 함께 하고 싶게 하는 책이다.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다름을 인정>하고 <동정이 아닌 존중>으로 '더불어 함께'를 진심으로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