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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님의 서재
  • 헤르메스
  • 야마다 무네키
  • 15,750원 (10%870)
  • 2024-12-01
  • : 2,656

책 리뷰: 📚 <헤르메스> by 야마다 무네키



🔍 [2029년 소행성 충돌 위기를 간신히 피한 인류는 지하 3천 미터에 실험 도시 eCU3를 건설한다. 900명의 참가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10년을 버텨야 하며, 실험 종료 후 거액의 보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실험이 끝나갈 무렵, 239명이 지상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며 반란을 일으키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으로 유명한 야마다 무네키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비록 드라마 작품으로 유명해지신 작가님이지만, ‘마츠코’ 이후로는 SF부터 스릴러까지 가리지 않고 여러 장르를 도전하셨습니다. <헤르메스>의 경우는 SF구요. 참으로 독특하고 신기한 소설입니다. 그래서 줄거리를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싶지만, 리뷰에서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쓰겠습니다. 


이야기 기법 중에 ‘타임 점프’ 기법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어느 분기점 정도 진행하다가 갑자기 ‘10년 후’ 혹은 ‘20년 후’를 때려버리는 기법인데요. 잘 쓰면 독자들이 방대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되지만, 못 쓰면 독자들을 스토리에서 이탈시키는 1등 공신이 되어 버립니다. 최근 이 기법을 잘 활용한 드라마는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었죠.


이 ‘잘 활용한 사례’에 <헤르메스>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헤르메스>에는 총 2-3번의 ‘타임 점프’가 있는데요, 이 장치가 등장할 때마다 전개+주요 등장인물들의 구도가 급변합니다. 그러면서 자칫 뻔해질 수 있었던 이야기 템포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하게 됩니다.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인물들도 금방 아웃되어 버리는 만큼, 이야기 전체에 안전한 인물이 없습니다. 누가 다음에 아웃될지 모르는 긴장감이 이야기 전체에 녹아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리집니다.


<헤르메스>에서 칭찬할 요소는 ‘타임 점프’외에도 많은데요, 소재와 미스터리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최근에 재발간된 <사일로 연대기>처럼, 이 소설에서도 거대한 ‘미스터리 박스’인 헤르메스가 등장합니다. 대체 헤르메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이 왜 지상으로 흘러가길 거부하기 시작할까? 이런 지속적인 미스터리들을 특정 주기마다 계속 까고, 까고, 까주면서 독자들이 그 해답이 궁금해 페이지를 넘기도록 만듭니다.


또 신기하고 좋았던 점. <헤르메스>의 초중반은 ‘소재’에 치중했던 반면, 중후반은 그동안 벌어졌던 ‘사건들’ 그리고 그 주변 요소에 집중합니다. ( 특정 사건의 여파, 그 여파에 영향을 받는 인물 등등 ) 이 지점에서 약간 드라마 ‘지옥’의 느낌도 났네요. 좋은 뜻으로요. 덕분에 이야기의 여러 요소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게 아닌, 마지막에 한 지점으로 모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독성. 가독성은, 최근 읽었던 소설 중 가장 뛰어납니다. 앉은 자리서 순식간에 읽어버렸고요, 가끔 복잡한 설정이 간헐적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프로 작가님이 쓰신 만큼 ‘안 헷갈리게’ 정보들을 정렬해주신 덕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론은, 깔끔하고 재미있고 정교한 SF 서사시입니다. 신선한 설정의 SF 소설을 만끽하고 싶다면, 강추 드립니다. 

 

+ 그나저나 작가님의 전작인 ‘백년법’은 제가 못 읽어봤는데, 정말 잘 쓴 SF라는 평이 많더라구요. <헤르메스>를 재미있게 읽은 만큼 조만간 이 책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 본 리뷰는 협찬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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