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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박스 : 세상에서 너를 지우려면
  • 황지영
  • 12,600원 (10%700)
  • 2022-11-11
  • : 4,099

 

원한 적 없이, 예고도 없이

사고 현장 영상의 ‘목격자’ 그리고 ‘당사자’가 되어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끌어안게 된 열다섯의 이야기

 

주인공 ‘고울’은 절친한 친구 ‘예담’의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이자, 이후 블랙박스 사고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었을 때 해당 영상에 함께 담겨 사생활을 침해당한 피해 당사자이다. 사고 장면은 근처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에 선명히 찍혔고, 여과 없이 삽시간에 인터넷상에 퍼졌다. 고울은 단톡방에 올라온 그 영상을 보고는 두려움과 분노에 차서 친구들에게 메시지로 욕을 퍼붓고, 침대에 토를 쏟는다.

고울은 어렵게 학교로 돌아간 뒤에도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한 채 시리얼 바로 끼니를 때우며 고립되어 가고, 그런 고울에게 태린과 민서는 북튜브 공모전 상금을 나누자며 함께 참가를 제안한다. 북튜브 대회를 준비하며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고, 예담의 죽음 이후 쌓였던 오해와 의문 역시 하나씩 풀려가는 가운데 고울은 ‘미울’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속 사고 영상을 찾아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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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둘 다 '산 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요즘 내가 주의깊게 보고 있는 '트라우마'를 다룬 내용이라 '소년이 온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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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무조건 부딪치는 게 정답이 아닌 때도 많다. 부딪치다가는 자기가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때도 많다.

그리고 난 피하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아니다. 난 그냥 지금을 살고 있다.

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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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친구의 죽음을 본 뒤 시간이 흘러 학교에 간 시점부터 고울의 시선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통사고를 눈 앞에서 본다는 것은, 그리고 그 피해자가 자신의 친구라는 것은, 그 사고 이후 친구가 사망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감히 추측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 감정은 고울을 덮친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완전히 잊고 싶다가도 예담이를 떠올리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붙잡는다. 죽음은 매체에선 너무나 쉽게 다루어 고울은 그 좋아하던 책도 읽지 못하고 숨어버린다. 나도 고울이처럼 책을 좋아하는 입장이라 그 감정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그 감정. 아마 친구가 원망스러우면서 그런 자신이 싫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일련의 감정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인터넷으로 퍼진 사건의 문제점도 함께 서술한다. '혐오 주의' 등 자극적인 글을 달고 인터넷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사고 영상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겉으로 드러난 목적과 달리 사고 피해자, 목격자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피해자의 잘잘못을 가리려 한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음에도 특정 물체를 이유로 이유 없는 비난도, 사생활 침해도 발생한다. 과연 이 상황이 옳은 것인가? 아니다. 이 사회는 바뀔 필요가 있다. 고울이 노력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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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삽화는 보기 힘들다. 단순 줄글이고 이야기의 진행이 주가 되어 흘러간다. 몰입도를 높이는 부분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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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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