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쁜책,책폴에서 펴내는 작은 사이즈의
팬시한 책.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바다와 수영이 나오는
이야기다!
나는 해마다 한여름이 되면
바다수영을 하러 간다.
강원도 고성의 파도 치는 찬 바다에서.
모래가 섞인 뿌옇고 짜디 짠
전남 부안의 서해바다.
제주도 월정리 스노클하기 좋은
한여름의 따듯한 바다.
내가 겪어 본 바다는
물의 형태로 일렁이지만
그냥 물이라고 하기엔 맑아도
엄청나게 짰다.
한여름의 바다에 몸을 담그고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겨본다.
심신이 노곤노곤 풀어지며
굳은 어깨가 부드러워져서
마음껏 어깨를 돌려볼 수 있다.
이 소녀들이 수트를 입고
바다를 탐험한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맑고
투명하고 빛나는 바다가 아닌.
더럽고 미생물이 가득하고 세균이 끓고 있는
묵직한 질감의 바다.
여기 나오는 시설의 소녀들은
단순명료하다.
작가의 시선은 절제된 듯 간결한 문체.
나의 인생도 이렇게 간결명료하게
절제된 생각으로 살고 싶다.
매뉴얼대로 해야할 일들을
순서도에 맞게
착착 해내며 사는 그런 삶.
내가 속한 그룹에서
내가 맡은 일을 어떻게 수행해나가며 살아가야할까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이제 곧 보호종료가 되어 시설밖으로 나가야 할
18세 아이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 시기의 평범한 아이들이란
수능을 보고 성적대로 대학을 가거나
재수를 하며 한번 더 시험을 보거나 하겠지.
하지만 이 소설 속의 버니,태인,산언니,선형 등은
직업교육을 받아 해야 할 일들을
의무처럼 한다. 이미 그룹이 정해져있고
각자의 능력치가 판단되어 있으므로.
이 커다란 지구는 내몸처럼 살아숨쉬는
유기체이다.
몸에 안좋은 것을 마구 먹고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면
몸의 한 구석이 망가진다.
썩고 부글부글 끓어서 염증이 생긴다.
우리의 지구도 마찬가지.
지금 내가 살고 갈 한 세상이
나만 떠나버리면 끝이 아니다.
나의 뒤엔 내 후손들이 있고
나와 무관하지 않은데
내가 볼수 없는,나와 상관없는 존재들이라
생각하며 막 산다.
이 책 속의
미래에는 또다른 계급이 나뉘어져
차별화되는 것이 있다.
겨울 과일처럼 춥고 냉랭한 지역에서 나오는
사과를 마음껏 먹지 못한다.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누구나 다 누리고
살 수없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마치 비현실 속의
마마지구를 비밀스럽게 속삭이며
동경한다.
원래의 지구같은 곳이 있대!
우리의 주인공 버니는
녹조와 미생물과 세균이 번식하는
뜨거운 바다를 헤엄쳐 나가
맑은 바다를 건너간다.
그 맑은 바다와 깨끗한 공기가 있는 곳은
마마지구로 불리워지며
탈그룹을 한 아이들이 모여사는
`드럭`이 있다.
버니는 시설에서 나가게 되는
18세가 되었는데 막상
동경하던 마마지구로 가지 않는다.
좋아하는 바다의
시추선에서 일하게 된다.
쓸쓸하지만 감상은 배제한 채
각각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
버니가 그리워하는 산 언니는 잘지내고 있을까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이야기.
버니가 산언니에게 보낸 이메일의 형식이다.
지구공동설을 믿는 작가의 상상력이
흥미롭다.
지구 속이 비어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했고
이 책속의 주인공들도 이것을 찾아헤맨다.
극지방에 가면
지구내부로 통하는 길이 있다는 것!
지상세계와는 비교도 할수없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있고 외계인과도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경오염때문에 새롭고 오염되지 않는 곳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
공동체에서 교육을 받고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는.
이 책을 읽기 전엔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과
불안한 미래를 어떻게 든 막아보아야 겠단
결의를 갖게 하는 것이 주제일 듯했는데
어디가 되었든
어느 시공간이 되었든 간에
스스로 선택하고 떠나는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란 것을 알았다.
작가의 말대로 이 책 속의 아이들은
조금은 슬프고 처연하다.
수능이 끝난 11월이어서 그런가.
이번에 수능을 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씩씩하게 버니와 햇님이 산언니 처럼
스스로 착착 걸어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