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들으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의문에 답이 되는 실마리가 잡히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고부터 나는 자주 엄마의 이야기를 썼다. 정확하게 말하면, 쓰게되었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친 무수한 인연들 사이에서도 자꾸엄마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내가 가장 용호하고 싶은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쉽게심판당하는 사람. 심판대 앞에서 끝내 자신의 존재를 미안해하는 사람. 온종일 어두운 방에서 멍하니 누워 있던, 스스로 담배와 술도 사러 가지 못하던, 이혼한 뒤 형제들에게도 ‘쯧쯧‘ 소리를 듣게 된 엄마의 모습이 자꾸 내 머리채를 잡는다.
그렇다고 엄마가 언제나 내가 지켜줘야 할 약한 존재는 아니었다. 내가 자라는 동안 엄마가 들려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게 타인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조심스러운 태도를길러주었다. 중학생 무렵, 엄마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는 지인의 사연을 들려준 적이 있다. 이야기 끝에 엄마는 내게 당부했다. "승은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똑같이 평범하고 좋은 사람들이야. 그러진 않겠지만, 절대 이상하게 보고 그러면 안 돼. 알았지?" 어떤 사람을 함부로 불쌍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 학력이나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된다-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