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힘은 이뿐만이 아니었다.할머니의 기저귀 실수도 점차 줄어들었다. 매일 하던 대소변 묻은 빨래가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 번이 되더니 두어 달이 지나자 거의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약 4개월 뒤, 뇌신경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치매 노인의 자존감과 우울감은 인지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자존감이 올라가고 우울감이 낮아지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인지능력 검사에서 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살아갈 이유가 생기는 것도 치매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새로운 경험과 웃음은 화도 내보고 애원하다시피부탁을 해도 고쳐지지 않았던 기저귀 실수를 고쳐주었고,
할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흔세 살의 할머니로 바꿔놓았다. 할머니에게 필요했던 것은 곧 기억에서 사라질 경고와 주의가 아니라 사는 걸 재미있게 만들어줄 활력, 자존감을 높여줄 칭찬과 대화, 우울감을 낮춰줄 웃음이었다.
얼마 전 한 잡지사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내가 공유한 영상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영상들 속에 묻혀버린 이네 회춘 네일숍‘을 꼽았다. 내가 몰랐던 할머니의 사랑스러- P128
운 면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영상이자, 할머니의 증상에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무한 칭찬‘의 비밀이 바로 이영상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상의 마지막 부분도 참 좋아한다. 할머니의30대 때 사진 위로 윤대녕의 단편소설 「상춘곡」 속 한 문장이 흐르며 끝나는 장면이다.
"당신은 여인이니 부디 어여쁘시기 바랍니다."
정말이다. 나는 할머니가 언제나 어여뻤으면 좋겠다. 할머니 마음에 있는 그 고운 봄이 부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