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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평생을 신경과 의사로 살다가 59세에 은퇴를 하고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다. 나이와 관계 없이, 물론 속도에는 차이가 생기겠지만 머리는 열심히 쓸수록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기능자기공명영상(MRI)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 또한 뇌세포를 더 많이 쓸수록 젊은 사람들과 기억력이 거의 같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으로 볼 때 머리를 쓰면 쓸- P197
수록 똑똑해져서 이른바 ‘슈퍼 천재 노인‘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는 머리를 많이 쓰고 인지기능을 많이 사용할수록 이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더라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 발현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허혈성 뇌졸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발병 부위의 뇌신경세포를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바로 옆이나 부근, 심지어 반대쪽 뇌의 신경세포에서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어 새로이연결하여 죽은 신경세포의 기능을 대체한다. 이처럼 신경망을재조직하는 것을 바로 대뇌의 가소성이라 한다.
예컨대 좌측 대뇌의 중풍으로 인한 실어증이 회복되는이유는 우측 대뇌가 대상작용(생체 기관의 일부가 장애를 받거나 없어졌을 때 나머지 부분이 커져서 부족을 보충하거나 다른 기관이 그 기능을 대신하는 일-옮긴이)을 통해 좌뇌의 언어기능을대체하기 때문이다. 뇌 신경세포의 역할마저 다른 신경세포에의해 대체되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 대체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질병에 걸리는 이유는 선천적 유전자와 후천적 환경의영향도 있지만,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요인도 있다. 암의 경우5~10%만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생활양식이나 환경 속의각종 발암물질도 암에 걸릴 위험성을 높인다. 그러나 이러한- P198
요인을 모두 합해도 암과의 관련성을 밝혀낼 수 있는 건 50%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암은 발암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 따라서 환자들이 자신이 어떻게 암에 걸린 거냐고 물어볼 때면나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그저 제비뽑기에 걸린 겁니다."
환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진료과목과 의사를 만나는 것도일종의 복이다. 한 의사가 의학 학술지에 실린 변연계 뇌염에관한 글을 읽었는데 이튿날 입원한 환자에게서 흔치 않은 변연계 뇌염을 발견해 운 좋게도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었다.
어떤 의사는 진료를 보다가 문득 가슴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며 동료에게 심장 카테터실에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놀랍게도 카테터실에 도착하자마자쇼크가 와서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느려졌다. 응급 처치 후막힌 심혈관이 곧바로 뚫려서 스텐트 두 개를 삽입하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일주일 후 다시 병원에 재진을 받으러 갔다.
꽃다운 나이에 의외의 사고나 중풍 또는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30대 남성이 출장을 가면서 혈압약을 깜박한 나머지 뇌간 출혈이 일어나거나 60세 남성이 샤워를 하다가 뇌의 작은 동맥류가 파열되어 의식을 잃는 등의-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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