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힘>이라는 시집을 정말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근데 읽으면서 이렇게 좋은 시만을 쓸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인들은 가끔 좋지 않은 시도 쓰고, 그 사이에 좋은 시 한 편씩 쓰기도 하는데 함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렇지가 않다. 삶과 사고의 엑기스만 고스란히 녹아있다.
나는 함시인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신문에 난 기사도 읽은 적이 없는데 오로지 이 시집을 읽고는 그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겨서 <우울씨의 일일>이라는 시집과 산문집 두 권 <미안한 마음>,<눈문을 왜 짠가>를 구입해서는 이번 여름휴가때 베낭 속에 챙겨갔다. 여행지에서 산문집을 꺼내서 읽었는데 <눈물은 왜 짠가>를 읽으면서 나는 눈물을 짤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시에서 가난하고 슬픈 가족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가 계속 등장한다. 그의 등단시가 어머니와 태아의 열 손가락에 대한 상상력에 바탕을 둔 시인데 함시인 마음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깊이 모를 사랑과 슬픔을 빼고는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가난한 생활, 그 생활을 들여다 보는 함시인과 살아내야 하는 순간순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시와 산문에 담겨있어 가슴을 저리게 했다. 돼지를 키우는 이야기, 그 사이사이에 돼지를 통해 함시인이 체험체감하는 생명있는 것들의 가슴 아리는 어떤 사랑이라고 해야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생명의 빛'일까? 사람으로서 외면해서는 안될 것들을 섬세히 붙잡아 놔서 나의 둔한 가슴을 흔들어댔다.
지금 함시인은 강화도에 산다. 고욤나무 한 그루와 살구나무, 들고양이, 쥐, 텃밭 , 이웃사람들, 그리고 강화의 뻘밭에서 '말랑말랑한 힘'을 얻어서 말랑말랑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힘의 산물이 <말랑마랑한 힘>이라는 시집을 낳은 것 같다.
함시인은 어지럼증이 있고, 관절도 나쁘고 건강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돈도 없는 것 같다. 권정생선생님은 말년에는 인세를 연 1억정도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함시인도 인세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2006년 연말에 낸 산문집 <미안한 마음>은 3쇄를 찍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함시인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순한 여자가 함시인을 사랑해서 함시인과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함시인이 오래오래 살면서 계속 시를 썼으면 싶다. 그의 후원자라도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함시인의 시집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 혹은 그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앞으로 나에게 '기쁜 소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