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는 함성복 시인의 시 ’흔들린다’에 한성옥 화가의 일러스트를 얹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함성복 시인의 시 중에 ‘긍정적인 밥’을 좋아하여 한동안 외우고 다녔다. 문학이 찬밥 신세인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렇다고 시의 가치마저 퇴색되는 건 아니라는 그의 시를 읽으며 구절구절마다 가슴이 뛰었다.
‘흔들린다’에서도 함성복 시인 특유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한성옥 화가의 일러스트가 함께 하니 그 힘은 배가 되었다. 나무의 흔들림에서 우리네 인생의 흔들림을 잡아내는 그의 관찰력과 통찰력에 무릎을 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 세상의 흔들림을 보게 되었다. 밤새 불을 밝힌 환락가의 흥청거리는 흔들림, 고난 받는 자들의 절절한 흔들림, 홀로 고독을 곱씹는 ‘나’라는 존재의 미세한 흔들림… 우리는 어찌 이토록 흔들리는 것일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이러한 물음은 여태껏 잊고 있었던 괴테의 「파우스트」 중 한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만약 함민복 시인의 언어로 이 구절을 다시 표현하자면 이러할 것이다. “인간은 흔들리려 하지 않는 한 흔들리기 마련이다.”
모든 흔들림은 치열하다. 나를 잊기 위한 몸부림에도, 나를 찾기 위한 투쟁 속에서도. 그렇게 우리는 몸서리치며, 한껏 흔들리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게다. 나는 「흔들린다」에서 그 치열함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