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익숙함도 사용자 경험의 일부다
최근 유튜브 앱에서 익숙하던 구독 메뉴의 위치가 바뀐 뒤 생각보다 큰 불편을 느꼈다. 기능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사용법이 어려워진 것도 아니지만, 손은 계속 이전 위치를 찾았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이미 익숙해진 사용 방식이 얼마나 강하게 남아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루는 멘탈 모델과 러닝 커브를 읽으며 이 경험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경험과 기대를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학습자를 사용자처럼 바라본다면
특히 2장의 멘탈 모델과 러닝 커브는 강사로서의 경험과 연결됐다. 교육에서는 학습자가 배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들일 것이라고 전제하기 쉽다. 반면 사용자는 서비스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다. 사용법을 익혀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된다.
AI 시대의 학습자는 점점 이런 사용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모든 원리를 충분히 이해한 뒤 활용하기보다 부족한 이해는 AI의 도움으로 보완하면서 우선 필요한 일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교육에서도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만큼 어떻게 실제로 활용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학습의 깊이를 포기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배운 내용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까지 연결하는 과정도 교육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조작하는가, 나를 조작하는가
사용자 중심이라는 말은 편리함만을 뜻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내가 조작하고 있는지, 오히려 서비스가 나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됐다. 다크 패턴, 접근성, 국제화와 현지화 같은 주제를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사용자가 선택권을 잃지 않도록 하고, 신체적 조건이나 언어와 지역의 차이 때문에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설계의 책임이다.
이런 고려는 윤리적인 원칙에만 머물지 않는다. 화면을 구성하는 8px 단위의 그리드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세부 기준까지 이어진다. 사용 경험은 거창한 기능 하나보다 수많은 작은 결정이 쌓여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용자 중심 설계에는 구색보다는 탐색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있어야 할 기능을 형식적으로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어디에서 망설이고 무엇을 불편해하며 어떤 흐름을 기대하는지 계속 살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지를 끝까지 고려하는 일이다.

실수를 막는 것만큼 중요한 회복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9장의 예방과 회복이었다. 좋은 설계는 사용자의 실수를 막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수한 뒤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류 메시지의 문장, 취소할 수 있는 선택지, 잘못된 입력 이후의 흐름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서비스에 대한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나는 이런 부분이야말로 마이크로디자인의 영역이라고 느꼈다. 개발의 편의가 이용의 편의보다 앞서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하다.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쉬운가를 먼저 판단하다 보면 사용자는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학습과 시행착오를 떠안게 된다. 예방뿐 아니라 회복까지 설계한다는 관점은 결국 개발의 기준을 기능에서 사람으로 옮기는 일에 가깝다.

결국 남는 것은 사용자다
AI가 반복적인 작업과 복잡한 처리를 빠르게 수행할수록 사람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기술적 구현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무엇을 만들고, 어떤 경험으로 전달할지를 판단하는 책임은 더 커질 수 있다. 성경에는 신의 것은 신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는 말씀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AI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활용하되 사용자의 맥락과 불편을 살피고 경험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사람이 계속 고민해야 한다. 정밀한 시스템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사람다운 세심함을 구현할 여지도 커졌다.
마셜 맥루한이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고 말했듯 서비스 역시 하나의 매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제공하는지만큼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책은 UX를 막연한 감각이 아니라 심리학적 원리와 단계, 구조를 통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을 것 같다.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뿐 아니라 나처럼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경험의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에게도 생각할 거리가 많다. 대체의 시대에도 사용자는 대체되지 않는다. Artificial Intelligence가 강해질수록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것은 결국 Attractive Interaction, 사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계속 사용하고 싶어지는 상호작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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