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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서재
  • 리더의 AI 노트
  • 김지현
  • 21,600원 (10%1,200)
  • 2026-06-30
  • : 1,445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AI를 쓰는 리더와 AI를 도입하는 조직 사이


AI를 잘 활용하는 것과 조직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개인은 챗GPT나 퍼플렉시티를 결제하고 바로 사용하면 되지만, 조직에서는 어떤 업무에 적용할지, 누가 결과를 검증할지, 데이터와 보안 문제는 어떻게 다룰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지를 함께 정해야 한다. 기술보다 사람과 프로세스가 더 큰 제약이 되는 이유다.


『리더의 AI 노트』는 이 간극을 리더의 관점에서 다룬다. 챗GPT, 퍼플렉시티, 젠스파크, 노트북LM, 에이닷 같은 도구의 활용법에서 시작해 시장과 경쟁사 분석, 고객 VOC 정리, 회의와 보고, 의사결정, 그리고 조직의 AX 전략으로 범위를 넓혀간다. AI 기술 자체를 깊게 설명하는 개발서는 아니지만, AI를 조직에 적용해야 하는 리더가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정리한 실무서에 가깝다.



리더가 먼저 AI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책의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리더가 AI를 직접 사용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써보지 않은 채 “우리도 AI를 도입하자”고 지시하면 목표는 쉽게 추상적인 구호가 된다. 반대로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몸으로 겪어본 리더는 업무를 더 구체적으로 나눌 수 있다. 초안 작성과 자료 분류는 AI에 맡기되 사실 확인과 최종 판단은 사람이 담당하고, 반복 업무는 자동화하되 예외 상황의 책임자는 명확히 두는 식이다.


이 지점은 개발자가 새로운 기술을 검토하는 과정과도 닮았다. 문서와 발표 자료만 보고 프레임워크를 결정하는 것보다 작은 파일럿을 직접 만들어보는 편이 훨씬 많은 것을 알려준다. 다만 파일럿의 성공을 곧바로 전사 적용의 성공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90점짜리 패스트 팔로워와 100점을 노리는 퍼스트 무버에게 필요한 비용과 위험은 다르다. 먼저 해결할 문제와 성공 기준을 정하고, 작게 검증한 뒤 확장해야 한다.



AI는 유능하지만 책임지지 않는 부하직원이다


AI를 사용하면서 자주 드는 생각은 “굉장히 유능하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부하직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정보 안에서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만들고,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을 눈치껏 맞추며, 때로는 틀린 내용도 망설임 없이 말한다. 심지어 월 구독료는 웬만한 직장인의 식대보다 저렴하다. 문제는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AI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AI 시대의 리더십은 지시하는 기술보다 일을 설계하는 기술에 가까워진다. 어떤 맥락과 자료를 제공할지,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어느 단계에서 사람이 개입할지 정해야 한다. 책에서 보고서 검증, 경쟁사 분석, 규제 모니터링, 고객 리뷰 분석, 회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에게 질문 한 번 잘하는 요령보다, 입력과 검증과 판단이 연결된 업무 흐름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검색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검색 경험을 바꿀 수는 있지만 출처 확인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퍼플렉시티나 젠스파크로 조사 시간을 줄이더라도 원문과 작성 시점, 데이터의 기준은 다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규제, 시장 수치, 경쟁사 동향처럼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보일수록 “답이 자연스러운가”보다 “근거를 추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초안을 압축해 더 많은 타석에 오르기


책에서 소개하는 활용 사례 중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은 부분은 AI가 초안의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많은 업무가 첫 문장, 첫 보고서, 첫 분석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완성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거나, 첫 결과물에 지나치게 매달리다 다음 시도까지 가지 못하기도 한다.


AI는 이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게 한다. 회의록에서 쟁점을 추출하고, 보고서의 뼈대를 만들며,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하고, 발표 전에 예상 질문을 만들어볼 수 있다. 야구에 비유하면 출루율을 직접 높여준다기보다 더 많은 타석에 설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물론 판단 기준과 기본 역량이 부족하다면 타석이 늘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초안을 빠르게 얻은 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발전시킬지는 여전히 사용자의 몫이다.


개발에서도 비슷하다. AI가 보일러플레이트와 테스트 초안, 리팩터링 후보를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좋은 설계와 나쁜 설계를 구분해 주는 것은 아니다. 구조가 잘 잡힌 프로젝트에서는 생산성을 크게 높이지만, 책임과 경계가 흐린 코드베이스에서는 그 혼란까지 빠르게 복제한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표현보다 개발자가 더 자주 구현하고 검증하게 만든다는 설명이 현재로서는 더 정확해 보인다.



서비스로서의 AI와 조직의 AX


개발자의 시선으로 보면 AI 활용은 대략 세 층으로 나뉜다. 챗봇이나 에이전트 같은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단계, API와 모델을 제품에 연결해 AI 활용 서비스를 만드는 단계, 그리고 모델과 데이터와 평가 체계를 직접 운영하는 단계다. 대부분의 사용자와 경영진은 당분간 첫 번째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책 역시 우선 리더가 이미 존재하는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그렇다고 책의 범위가 개인 생산성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후반부는 AX의 목표, 적용 대상, 전략의 축, 보안과 생산성의 균형, 과의존을 막기 위한 규칙으로 확장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생긴다. AI로 업무를 대체하거나 자동화할 기술적 수단은 점점 많아지지만, 실제 도입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의사결정자와 사용자일 수 있다. 현업이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거나 리더가 책임의 경계를 정하지 않으면 기술은 있어도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AX는 도구를 배포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의 업무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전 직원에게 계정을 나눠주거나 AI 사용 횟수를 KPI로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업무에서 시간을 줄였는지, 의사결정의 품질이 좋아졌는지, 검증 비용과 새로운 위험은 얼마나 생겼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AI 활용을 장려하면서도 출처 확인, 기밀 정보, 최종 승인과 같은 규칙을 정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에 익숙한 독자에게 보이는 거리감


기술적으로 AI를 일찍 사용해 온 독자라면 도구 소개와 활용 예시는 다소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챗GPT의 프로젝트와 메모리, GPTs와 Gems, 노트북LM을 이용한 자료 정리처럼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능도 많다. 모델, API, RAG,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이나 평가 체계를 깊게 알고 싶은 개발자에게는 기술적 설명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거리감이 오히려 책을 읽은 이유가 되었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은 기능과 구조의 관점으로 AI를 바라보기 쉽지만, 실제 조직의 리더와 비개발 직군은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기대를 갖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의사결정자와 고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아는 것 역시 제품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정보다.


아쉬운 점은 여러 도구의 현재 기능에 기대는 부분이 많아 변화가 빠른 AI 시장에서는 일부 설명의 유효기간이 짧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AI가 조직에 주는 효과를 이야기할 때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한 파일럿, 도입 이후 늘어난 검증 비용,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 사례까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뤘다면 AX의 현실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였을 것 같다.



리더의 질문이 시스템의 품질을 결정한다


『리더의 AI 노트』를 읽고 남은 핵심은 리더가 AI보다 더 좋은 답을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풀어야 할 문제와 판단 기준을 정하고, AI와 사람에게 역할을 나누며,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AI가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답을 제공할수록 질문의 방향과 검증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역할을 꽤 충실하게 수행한다. 생각을 넓히는 동료가 될 수도 있고,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직원이 될 수도 있으며, 이미 내린 결정을 정당화해 주는 아첨꾼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되는지는 도구보다 그것을 배치한 사람의 목적과 태도에 달려 있다.


이 책은 AI를 처음 접하는 리더에게는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활용 안내서이고, AI에 익숙한 개발자에게는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이 AI를 어떤 언어로 받아들이는지 살펴보는 참고서다. 개인의 생산성 도구를 넘어 조직의 AX로 가려면 무엇을 더 설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결국 AI 도입의 출발점은 최신 모델이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리더가 직접 사용해 보고 책임질 수 있는 질문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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