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비전공자였던지라 개발을 배우는 과정은 항상 도전의 연속이었고, 그중에서 가장 막막했던 분야는 아무래도 데이터베이스(DB) 쪽이었다. 그리고 DB를 다루기 위한 필수 언어인 SQL은 가장 피하고 싶은 최종보스였지만 DB에 익숙해졌을 때는, 이제는 항상 하루에 한 번쯤은 집어들게 되는 숟가락 같은 존재가 되었다.
몇 년 전에 그토록 DB 관련에서 치를 떨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주변 사람에게 SQL 관련 자격증에 대한 상담을 해주거나 SQL 학습을 권하곤 한다. 최근의 경우에는 금융 관련 서비스 기획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고객 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관련 부서에 요청하는 것에 지쳐서 이제는 직접 자격증을 따서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이러한 상담을 해주면서 아쉬운 점은 비전공자나 취준생 레벨의 사람들에게 추천해줄만한 SQL 책이 없다는 것이다. SQL 교육은 대충 말해 양분 되어 있다. 1) 현업 2) 정보처리기사 또는 SQLD.
현업들은 사수들이나 매뉴얼을 직접 보면서 배운다. 물론 구글 검색도 유용하다. 실은 이들에게 있어 SQL 학습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노하우의 결정체다.
한편,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가 있다. 정보처리기사와 SQLD. 둘 다 그나마 컴공 또는 데이터베이스 연관 분야에서 쓸모 있고 인정받는 자격증이다. 따는 건 좋다. 기출문제도 있고 강의도 많으니까.... 근데, 실무에선? 언제나 시험을 위한 지식은 실무라는 큰 벽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마냥 오들오들 떨 뿐이다.
온갖 야매와 꼼수로 하루하루 밥벌이 하는 현업이든, 급한 마음에 책을 달달 외워서 자격증을 딴 사람이든, 관련 분야를 착실히 준비하려는 취준생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수많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탄탄한 기본기를 위한 서적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혼자 공부하는 SQL을 읽게 되었을 때 정말 좋았다.
1) SQL 쪽에서는 믿고 보는 '우재남' 님의 신작이라는 점.
2) 비전공자들은 쉽게 따라오고, 현업들은 다시금 개념을 다질 수 있게 학습 과목들이 잘게 잘게 모듈화되어 있다는 점.
3) 저자 직강의 강의가 유튜브로 제공된다는 점.
4) 마지막으로, PHP나 JAVA처럼 근본이지만 최근의 트렌드에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는 언어가 아닌 파이썬을 연동 실습 예제로 삼았다는 점.
이제는 DB나 SQL을 배워보겠다는 후배나 지인들에게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생겨서 기쁘다. 급하게 자격증 때문에 배우거나, 문제 상황마다 구글 검색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닌, 효율적이면서도 친절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혼자 공부하는 SQL이면 많은 시행착오 없이 SQL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