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진실
김하연 장편소설
내 죽음에 책임이 있는 너희들에게
221114
휴... 무슨 이야기 나올지 겁이난다.
이 글을 쓰는 손가락 끝이 저릿함이 느껴진다. 떨린다.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서 집에 가는 길가에서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그리고 신발을 벗으면서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윤, 성규, 우진, 소영, 동호 그들 각자의 사정. 그리고 비겁한 변명.
윤은 만우절 하루 전날에 학교에서 자살을 했다. 그리고 11월에 학교 채팅방에 글이 올라왔다. 죽은 윤이가 네 명의 아이들에게 쓴 편지가. 그리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과 벌이 밝혀지길 바라는.
편지에는 각자의 책임을 지어야 할 일들이 적혀 있다. 성규, 우진이 술에취한 윤을 찍은 성추행 사진, 소영은 윤의 엄마가 윤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려고 가던 중 앞차에서 내린 사람에게 폭행을 당해 죽었다. 차량의 클랙션을 울려서 화가 나서 밀치는 중에 그 자리에게 죽었다. 하지만 차량의 클랙션을 울린사람은 소영이 였다. 동호는 그 자리에서 소영이 클랙션을 울린것을 알았지만 밝히지 않았다.
각자의 사정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변명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채팅방에 글을 올린 윤의 사정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네가 죽은 게 왜 내 탓이야?"
읽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아니 불편했다. 그만한 아이를 키워서 만은 아닐것이다. 어떤 한 일에 대해서 고개를 돌리고 묵인하고 그랬을 것이다. 그들처럼 나도 책임과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것이든 그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벌이든 마음에 무거운 돌을 품고 다니는 벌이든 말이다.
그래도 혹시 누군가 포기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눈 감지 않고 약간의 다정함을 꼭 보여주고 싶다. 참견도 아니고, 동정도 아니고, 위로도 아닌 그저 약간의 다정함을 말이다. 잠시라고 숨을 쉴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