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계속 쓰면 언젠가는 사라지는 게 엄연한 법칙이다. 매일 바르는 양이늘어난 것도 아니고 얼굴이 특별히 커진 것도 아닌데, 정해진 용량의 화장품이 바닥을드러내는 건 단순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화다.
산골 노래 배우기는 아주 간명했다. 아리랑은 구슬프게 뽑고 육자배기는 절절히뽑고 양산도는 건들건들 뽑아라. 이 목청 저 목청을 따라 육자배기나 양산도의 토리를세세연년 구전(傳)으로 배웠을 뿐 작사가나 작곡가는 우리 노랫가락에는 애초부터없었고, 민요라는 말도 몰랐다. 민요란 일본말인지라 사람들의 입에 오를 리 없었다.
이쪽 산자락에서 한가락 뽑자 고함지르고 육자배기든 양산도를 뽑으면 저쪽 산자락에서 이어 산골짝이 치렁치렁 노랫가락으로 그득 차곤 했다. 이처럼 한가락 뽑자고했지 노래 부르자고는 하지 않았다.
다리를 건넌 것은 자정이었다. 그런데 선배는자정이 아닌 자시라고 했다. 자정은 1초에 해당하는시간이며, 더 잘게 쪼갠다면 백만 분 천만 분의 1초에해당한다고 선배는 말했다. 자정은 00시 00분 00초를가리키는 말이라면서. 자시는 밤 11시에서 1시까지를이르므로 자시에 다리를 건넜다는 말이 맞긴 맞았다.
굳이 따질 일은 아니었다.
‘팜므 파탈‘ 하면 또 떠오르는 인물이 미국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Monroe, 1926~1962)이다. 남아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면 뜻밖에 책 읽는 모습을 담은사진이 종종 발견된다. 그녀에게는 우리가 섣불리 예단하는 모습과는 다른 내면이있었다. 그녀가 전성기를 누리던 20세기 중반까지도 할리우드에서 여자의 인품은 머리모양보다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여자는 인간성이 아니라 외모로 평가됐고 그게전부였다. 오죽했으면 그녀는 스스로 "할리우드는 키스 한 번에 1000달러를 지불하지만,
영혼은 50센트인 곳"이라는 비탄이 담긴 말을 남겼을까. 그녀에게 있어서 할리우드는삶의 중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 여인의 영혼을 갉아먹는 지옥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