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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h
  •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 박정훈
  • 13,500원 (10%750)
  • 2021-05-10
  • : 1,732

페미니즘은 불평등한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해방과 자유를 안겨줄 수 있는 학문이다. 성별이 무엇이든, 페미니즘이라는 훌륭한 변혁의 언어를 모두가 익혀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말할 때, 남성은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가. '남성 페미니스트'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나는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경험해보지 않은 삶을 함부로 상상하며 목소리 높이는 것도,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무조건 여성들에게 마이크를 떠넘기는 것도 '남성 페미니스트'의 역할은 아니라는 건 분명히 알겠다. 연대자 혹은 당사자의 자리를 성실히 오가며 꾸준히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남성 페미니스트, 동료 페미니스트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의 저자 박정훈 기자는 바로 그런 '몫'을 해내는 믿음직한 동료 페미니스트다. 전작인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에서도,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에서도 그는 '남성 페미니스트'는 이래야 한다고 쉽게 규정하거나, '다른 남자와 나는 이렇게 다르다'고 선을 긋지 않는다. 


대신 그는 '남성'이라는 위치를 되새기면서,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부지런히 공유한다.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진득하게 쓰는 행위를 통해 '남성 페미니스트'의 새로운 길을 찾고, 다른 남성들도 이 여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꺼이 손을 내민다. 그의 책을 읽을 때 괜스레 힘이 나는 건, 이처럼 날카로운 현식 인식을 담고 있으면서 낙관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변화는 늘 더디고, 세상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싸움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외쳐도 변하지 않는 사회에 지칠 때,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 곁에서 멈추지 않고 말해주는, 이 놀라운 지구력을 가진 동료의 존재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부디 그가 계속해서 글을 써주길 바란다. 


가부장제는 여성과 남성의 ‘성차‘를 강조하고,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규정하면서 남성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남성들의 페미니즘 실천이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올바른 행동 양식처럼 여겨지기만 한다면, 역설적으로 성별 이분법을 강화시키고 가부장제가 온존하도록 기여하는 셈이 된다. 남성들이 궁극적으로 ‘정상 남성‘을 규정하고 있는 공고한 틀을 깨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므로 결코 ‘이만하면 괜찮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족하지 않기를, 그리고 주저하지 말기를 남성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P8
... 하지만 이젠 냉소만으로는 작은 진보조차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남성들이 만든 ‘거창하고 거만한 세계‘가 무너지고 있을 때, 나는 멀리서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하지 않겠다. 대신 후회하고 성찰하는 이들의 손을 잡고 새로운 세계에 지어지는 ‘평등한 집‘에 벽돌 하나라도 더 쌓고자 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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