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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ger1님의 서재
  • 영원한 유산
  • 심윤경
  • 13,050원 (10%720)
  • 2021-01-04
  • : 2,304
심윤경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인거 같네요.
1960년대가 배경인데 글과 단어가 고전의 냄새를 물씬 풍기어, 읽다가 틈틈이 자주 스마트폰 사전을 찾고 단어와 예문을 저장하느라 더디 나아갔어요.
책의 주제는 작가의 말에 적시되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 정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더라구요.
약간 지루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쭉 빠져 읽게 되버렸네요.
적은 언제나 뻔뻔하다. 잘못을 뉘우치는 법은 결코 없다. 윤원섭처럼 뻔뻔한 적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득을 취한 것으로도 모자라 커다란 명예마저 챙기려 한다. 이익과 명예 둘 중 하나는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적의 행태는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적의敵意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적들은 마지막 시험과도 같이 유산을 남기고 떠난다.- P278
적이 남긴 유산, 적산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적과 함께 말살해야 할 폐해인가. 남기고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인가.
나는 해방 후 적산으로 분류되어 유엔에 불하되었다가 물질로도 정신으로도 박멸된 벽수산장의 예를 통해 적이 남긴 유산 앞에선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고자 했다. 희대의 친일파가 남긴 대저택. 그것에 빌붙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친일파의 막내딸, 한없이뻔뻔한 적을 향한 미움과 부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저택 사이에 선 소시민 청년 해동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에는 친일파와 왕가, 국제기구와 대저택 같은 거창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을 이리저리 떠밀어대는 이념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정직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저택의 존속과 소멸에 아무런 결정권을 가지지 못했던 해동이 애꿎게 그의 직장을 내놓은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역사의 제단에 목숨이나 밥벌이할 직장 같은 것들을 올렸는데, 그것은 실상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노랫말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역사에 파묻고 잊혀져간 수많은 그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역사의 주인공들이며, 우리는 각자 그렇게 우주의 중심에 살고 있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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