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체 게바라, 카스트로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쿠바’라는 국명을 들으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다. 공산주의 국가인 탓에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는 통로가 여타 다른 국가에 비해 좁을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쿠바는 아직까지 대중에게 신비로운, 때문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국가다.
[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는 그렇게 아직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신비한 쿠바에 대한 안내서이다. 책 표지를 열자마자 ‘교과서 같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세계지도의 어디쯤에 위치한 국가인지에서부터 시작되어 어떤 민족이 살았고, 어떤 외세의 침입을 받았는지, 식민지로 지배받으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쿠바의 역사책을 한글로 옮겨다놓은 것 같다고 할까? 그 말은 곧 이 책이 재미나 흥미본위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는 이것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기를 바랐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곧 중국인 작가가 쓴 쿠바에 관한 책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과연 쿠바와 중국은 어떤 인연이 있기에, 중국인 작가가 그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며, 여전히 미국에 뻗대고 있는 몇 되지 않는 국가라는 점에서 중국과 쿠바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배경을 가진 국가의 국민으로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국가를 바라본다는 새로운 관점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하지만 그런 새롭고 신선한 시선으로 쿠바를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고 담백하게, 작가는 말 그대로 ‘매혹적인 문화와 잔혹한 역사를 가진 쿠바’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수백 년간 다른 국가의 식민지로 전락했었고, 어떤 인종은 멸종하고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인종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등 결코 순탄하지 못한 질곡의 역사를 보내면서 '혁명'을 일으키고, '설탕'과 '음악' 그리고 '럼주' 등 여러가지 문물과 문명의 꽃을 피운 '쿠바'에 대한 이야기다.
때문에 심심한 맛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몇 해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체 게바라 열풍’에 힘입어 소개된 몇몇 권의 ‘쿠바’소개서 보다는 그 두께는 얇았으나 속은 꽉 찬 책이었다. 비록 내가 처음에 기대했던 혁명적이거나, 열정적이거나, 또는 만인이 평등할 거라는 환상의 쿠바는 아니었지만, 내가 가볼 수 있을지 모르는 쿠바에 대한 몰랐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의도치 않은 성과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