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경우와 마찮가지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 였다. 삶의 끝을 바라보며, 그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시한부 환자들이 죽기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정리해서 하나씩 이루어가는 과정을 담은 그 영화는, 끝내주게 화끈한 액션이 나오는 것도 보는 것 만으로도 녹아내릴 듯 달달한 로맨스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꽤나 인기를 끌었다.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죽음을 앞에 두고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한 노력. 바로 버킷 리스트는 그와 같은 주제를 담은 심오한 리스트였다.
내가 죽기전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아니 꼭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올 한해를 후회없이 보내기 위해서 내가 해야하는 일은 무엇일까? 새해가 오면 늘 같은 고민이지만, 올해도 역시나 깨끗한 새 다이어리를 앞에 두고 나는 고민에 잠겼었다. 2011년 새해, 곧 30을 마주할 20대의 후반에서 나는 고민이었다. 과거를 되돌아 생각해보면, 후회없이 보낸 기억은 별로 없었다. 누구처럼 공부에 미치거나, 연애에 미치거나 그도 아니면 유흥에 미쳤던 기억은 없었다. 그야말로 화끈하게 내 모든것을 다 걸고 열심히 살아온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후회없이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는 데 무엇을 해야할지, 어떤 것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 잘 모르겠었다. 그래서 다이어리 앞에서 막막한 가슴으로 시간만 흘려보냈다. 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떤 일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나는 이러한 나의 고민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 버킷 리스트]를 읽게 되었다.
약간은 진부한 구성의 훈계조의 자기계발서를 생각했었는데,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 버킷 리스트]는 소설의 형식을 통해 버킷리스트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나처럼 인생의 별 목표없이 그냥 되는대로 하루 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주방보조 태양이 미스테리한 인물인 데이비드를 만나 인생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나 또한 인생을 열심히 꾸려가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은 그 다양한 사람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각자의 환경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때문에 어떤 사람은 죽음을 앞에 두고 뒷동산을 오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고생만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에게 한 번도 살갑게 굴어본 적이 없었던 과거를 후회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일생일대의 꿈이 될 수도 있고, 당시에는 미처 중요성을 몰랐으나 지난 뒤에 와서 후회하게 되는 일들을 읽으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예의와 삶에 대한 의무로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는 비록 허무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이라도 나에게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금 깨달아 나의 의지에 불을 붙여주었다.
나는 아직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2011년에는 꼭 이루고 싶은 나 자신과의 약속은 몇 가지 정리를 해 두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으로 목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의지를 다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