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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얀z님의 서재
  •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 전삼혜
  • 11,250원 (10%620)
  • 2021-04-30
  • : 3,950

"당신을 데리러 가겠습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났다. 왜일까. 그 전까지는 담담하게 읽어내려 갔는데.

이 책은 아득하게 먼 우주의 끝에서 다가오는 소행성으로 인해 다가올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애쓰는 '제네시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6편의 에피소드는 각 주인공의 시점으로  멸망이라는 비밀을 숨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첫 편 제외) 솔직하게 말해서 책소개를 읽지 않고 책을 읽었더니 나중에가선 이런 반전이 숨겨져 있었단 말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책 뒷편에 보면 천선란 작가의 추천사가 적혀있는데 그 중 이런 문구가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단 하나의 자격이 필요하다면 바로 간절함이라고."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이 "간절함"이 아닐까?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 속 히어로들처럼 "내가 지구를 지키겠어"라는 대의가 아닌 곧 멸망할꺼라는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저마다의 간절함으로 무언가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아, 그래 첫 장면에서 눈물이 났던건 그들의 간절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간절함으로 한명의 '제네시스' 아이가 살아남고 그 아이는 20살이 넘도록 살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이 아이들이 지구를 지켜내야하는 이유가 너무나 슬프다.

 

부모도, 후견인도 없는,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아이들만을 모아 울타리에 가두고 보호한 "제네시스"

그리고 그 아이들을 교육하여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끝내 그들의 울타리로 소행성을 떨어트리려는 "제네시스"

"너희는 이 안에서 함께할 거야. 우리가 너희를 지킬 거야. 그러니 지구의 멸망을 막아 주렴."

이 얼마나 암담한가. 의지할곳도 없는 아이들이기에 그렇기에 지구의 마지막을 막아내며 희생해야한다는 것이. 물론 책임자인 조안의 말을 보면 많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인 것 같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거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분노하지만 결국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미 알아버렸기에 할수 있는 일들을 하며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속이고 마지막을 기다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첫편인 '창세기'를 이 소설의 문을 여는 첫 편이지만 나머지 에피소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 '창세기'를 씨앗 삼아 만들어진게 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뭔가 '창세기'는 우주에서 쓰여진 한편의 긴 사랑 고백을 보는 느낌이랄까? 뭔가 다른 에피소드와는 다른 간절함이 담긴 느낌이었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제롬'과 '단'의 이야기. 작가님 혹시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씨앗으로 또 다른 소설을 내실 생각은 없으실까요? 제롬이 달 위에서 빨간 구두를 신고 스텝을 밟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암흑물질이 아닌 스스로 빛을 내는 단을 보고 싶어요. 

​​

"제네시스는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세상에는 그 싸움이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이 문구가 왜이리 슬프게 다가오는 걸까?  우리 주변에도 제네시스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게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아니 있을 것이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

누군지도 어디계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오늘의 일상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책의 맨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여있다.  첫 편 창세기에서 리아가 살아남은 것은 혼자만의 기적이 아니라는 것. 식량을 보태준 사람이 있고, 생존 훈련을 시키는 사람이 있고, 계속해서 소행성을 막으려 하는 사람이 있고, 리아를 살리려고 달로 보낸  사람이 있다고. 이것을 연대하는 사람들이 일으킨 기적, "연대"기라고 부르고 싶다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피폐해져가는 요즘, 우리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저자의 말대로 "연대"기가 아닐까? 누군가의 생존이 그 혼자만의 힘이 아님을 보여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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