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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i78님의 서재
  • 클로버 (양장)
  • 나혜림
  • 12,600원 (10%700)
  • 2022-09-13
  • : 1,121


만약에.

그 한 마디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어.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클로버 中


이런 유혹을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일상에서 생각해봤던

수많은 '만약에'를 포기할 수 있을까?

더욱이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었다면,

너무나도 쉽게 그 한 마디를 내뱉지 않았을까?



제1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클로버'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마가,

중학교 2학년 정인이를 유혹하는 이야기이다.

주 3회, 최저시급 9,160원을 받는 중학교 2학년 현정인.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복지관에서 준 햇반과 라면이 떨어지면

당장의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정인이에게

354,260원이라는 수학여행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정인이 앞에 나타난 악마 헬렌.

헬렌에게 어려운 환경에서 버텨내고 있는 정인이는

외로움과 무력함, 두려움이 뒤섞여 달콤한 향을 풍기는 먹잇감이었다.



스스로는 바른 아이가 아니라고, 살아야 하니까 그냥 이렇게 사는 거라고 말하지만

정인이는 웬만한 어른보다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현실에 충실하다.

어쩌면 '먹는 것이 먼저고, 도덕은 그 다음이다. 꿈은 그보다도 더 다음'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선택할 수 있는 것보다 순응해야 하는 게 더 많은 힘든 상황이

정인이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현실은 그만큼 정인이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정인이를 시험에 들게 하는 악마 헬렌.

과연 정인이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것인가?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클로버 p111


'악마와의 거래'라는 부분에서 '파우스트'를 떠올릴 수 있는데,

'클로버' 역시 그만큼 철학적인 대화가 많아서 책을 읽는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누구나 해야 하는 밥값이란 것에 대해.

배고픔을 채우는 식욕과 먹을수록 배고파지는 식탐에 대해.

행운 앞에서는 '왜 나인가?' 묻지 않으면서,

불운 앞에서는 '왜 나인가?' 라고 묻는 것인지.



이제 곧 정인이와 비슷한 또래가 되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책을 읽다가 문든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이 많았다.

너무 빨리 철들어 버린 정인이의 마음과

'만약에를 백번을 하더라도 정인이가 있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마음,

그러한 마음들을 한 번도 먹을 것, 입을 것 걱정을 해본 적 없는

우리집 열 세 살 꼬마는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의 넓이와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더라도,

유혹에 지지 않고 자신만의 어두운 순간을 이겨내는 데

응달에서도 자라는 클로버를 보며 작은 힘을 얻었으면...


※이 글은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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