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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hild님의 서재
  • 배신의 만찬
  • 올렌 슈타인하우어
  • 12,420원 (10%690)
  • 2016-09-18
  • : 59


미국 출신의 스파이 소설 작가 "올렌 슈타인하우어(Olen Steinhauer)"가 2015년에 발표한 "배신의 만찬(All the Old Knives)" 입니다. 이 작품 "배신의 만찬"은 현재 영화 판권이 팔려서 작가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며 프리프로덕션 상태에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국인 미국으로 온 "헨리 펠헴"은 6년 전 빈에서 같이 일 했던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셀리아 파브로"를 만나기로 합니다. "셀리아"가 정해준 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대화는 지난 추억들에서 6년 전에 자신들의 이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 비극적인 테러사건으로 흘러갑니다.

 

그날 밤 많은 일들이 끝났다.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식사였고, 그 뒤로 몇 시간 뒤 공항에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에 우리는 마지막 섹스를 나눴다. 아주 좋지도 않았고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때가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좀 더 열심히 했을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했다. 좀 더 많은 추억을 쌓았어야 했다. 나중에 남는 건 추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 비엔나 국제공항에서 120명 이상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과격 이슬람 단체에게 납치되는 테러 사건이 일어납니다. 120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긴박한 순간, 빈 주제 CIA 요원들은 우연히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베테랑 정보원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며 테러범들과 인질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원의 정체가 발각되고, 그 정보원의 정체가 어떻게 발각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남긴 채, 테러는 인질들과 테러범들이 모두 죽는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6년이 지난 후, 여전히 CIA 비엔나 지국에서 일하는 "헨리"는 새롭게 밝혀진 당시 테러 사건의 정보 때문에 당시 동료들을 만나러 다니고, 이제 동료이자 당시 연인이었던 "셀리아"를 만날 차례가 됩니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평범한 주부가 된 "셀리아"는 반갑게 "헨리"의 연락을 받으며 자신의 동네 레스토랑에서 만날 약속을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당시 서로가 가졌던 감정들을 회상하며 소소한 잡담을 나누다가 결국 테러 사건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제 오랜만에 재회한 두 남녀는 6년 전 테러 사건 때 정보원의 정체가 발각된 경위를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기억하는 당시 이야기들을 주고 받기 시작하며 심리전을 벌이게 됩니다.

 

그녀가 머뭇거리며 적당한 말을 찾는다. "완벽해. 거기에 비하면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건 귀여운 정도지. 열정은 작은 눈속임 같은 거야. 열망 같은 것도 마찬가지지. 그 모든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 앞에서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만난 과거의 연인들이 만나 심리전을 벌이는 "배신의 만찬"은 이야기의 대부분이 레스토랑 한 곳에서만 진행되는 상당히 독특한 형식의 스파이 소설입니다. 히치콕의 몇 영화("로프"나 "다이얼 M을 돌려라" 같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지만 간간히 회상씬이 끼어들어 과거의 이야기가 긴장을 고조 시키는 작품입니다. 한 연인의 사랑은 비극적 테러사건이 일어난 날 갑작스럽게 여자가 떠나가면서 끝이 납니다. 6년 뒤, 남자는 자신을 떠난지 6개월 만에 늙은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전 연인을 만나러 갑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확인받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들어야 할 말을 확실히 듣게 되고 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여자도 조금씩 정보원 시절의 감을 되찾기 시작하며 두 남녀의 대화는 미묘한 감정들과 긴장감 속에 빠지게 됩니다. 한때 사랑했던 남녀는 서로의 입장과 감정, 시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각자가 몰랐던 사실들과 오해를 알아가지만 이 대화와 식사가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 되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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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셀리아가 입을 열길 기다리지만, 그녀의 눈빛은 딱딱하다 못해 무섭게 보일 정도다. 이런 유토피아에서 사는 사람이 지을 표정이 아니다. 나는 걱정과 흥분이 뒤섞인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셀리아가 판세를 뒤집으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자기가 같이 식사하던 사람이 누군지 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작가 "올렌 슈타인하우어"는 국내에 출간된 "코드명 투어리스트"를 포함해 냉정시대의 동유럽을 배경으로한 "The Yalta Boulevard" 시리즈 등 에스피오나지 장르의 떠오르는 실력파로 인정받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 "배신의 만찬"은 작가가 한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심리 첩보전을 쓰고 싶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그 결과 상당히 독특하고 세련된 스파이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제가 읽어본 작가의 작품은 단 두 작품뿐이지만 스파이 소설이라는 틀에서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을 상당히 잘 포착하고 묘사하는데 탁월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한 심리전 속에 사랑, 희생, 의심, 미련, 이기심 등이 섞이는 감정 변화를 아주 훌륭하게 녹여냅니다. 조용히 시작하다 마지막 100페이지 쯤부터 밝혀지기 시작하는 진실들에 독자들은 그냥 넋놓고 빨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나면 정말 인상 깊은 엔딩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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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지켜줄 거지?"

"늘 그랬듯 언제까지나." 나는 거짓말을 한다.

 

"배신의 만찬"은 근래 제가 읽은 스파이 소설 중 가장 정적이지만 수많은 감정들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된 아주 멋진 작품입니다. 형식은 단순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진화된 에스피오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인간은 모두가 자기중심적인 생물이다라는 걸 확인하게 되어 씁쓸하기도 합니다만, 올해 출간된 소설 중 어쩌면 저의 베스트 리스트에 올릴 멋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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