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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hild님의 서재
  • 밑바닥
  • 조 R. 랜스데일
  • 12,420원 (10%690)
  • 2016-09-02
  • : 144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베스트셀러 작가 "조 R. 랜스데일(Joe R. Lansdale)"이 2000년에 발표한 작품 "밑바닥(The Bottoms)"입니다. 이 작품 "밑바닥"은 출간즉시 대중과 평단, 동시에 찬사를 받으며 뉴욕 타임즈의 주목할 책에 선정됨과 동시에 '대실 해밋' 상과 '마카비티' 상 최우수 작품 후보에 오르고, 2001년도 '에드거' 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요양원에서 튜브로 음식물을 섭취하며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여든의 노인 "해리"는 아주 오래전, 자신과 여동생 "톰"이 강의 저지대에서 흑인 여인의 시체를 발견했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순수하고 행복한 소년이었던 자신이 잔혹하고 비정한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그때.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시절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근심이라곤 없는 행복한 아이였다. 그때가 대공황인 줄도 몰랐고, 이발소에서 읽는 잡지 밖의 세상에 살인자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으며, 내가 읽은 잡지 속 살인자들은 그런 종류의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잠시 엇나갔을지언정 신실하고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닥 새비지는 아니였다.

 

1933년, 텍사스 동부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지역 경관직을 맡고 있는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지내던 열세 살 소년 "해리"는 여동생 "톰"과 함께 숲에 너무 깊이 들어가서 길을 헤매게 됩니다. 강의 저지대까지 가게 된 "해리"와 "톰"은 우연히 나체의 흑인 여인이 나무에 매달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을의 유일한 법 집행관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립니다. 흑인 여자의 시신은 기괴한 방식으로 가시철사에 의해 휘감겨있고 신체는 칼로 훼손되어 처참한 상태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흑인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정식으로 법과 수사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이발사이자 농부로, 단지 명목상의 경관인 "해리"의 아버지는 범인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 하지만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게 됩니다. 흑인 여자의 죽음이 마을의 화젯거리에서 사라질 때 쯤 또 다른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여인이 백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은 범인을 흑인이라고 단정하며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알던 사람들이, 혹은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고 삶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겐 과거가 있었다. 아버지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았고, 한때는 어머니 역시 다른 방향이지만 방황했던 적이 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사라진 레드 우드로의 팔뚝에 문신으로 기록된 방황.

 

이 작품 "밑바닥"은 1933년과 34년 사이 텍사스 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을 목격한 한 소년이 세상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은 곳임을, 오히려 잔혹하고 비정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소설이자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살인사건과 그로인해 파생된 파장들을 통해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이젠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거기다 에드거 늙다리 심사위원들이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 작품 "밑바닥"은 미스터리와 성장 이야기뿐 아니라 과거 미국의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파고 듭니다. 그것도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흑인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 후 마을 사람들은 어느 누구 한명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깜둥이 하나 사라진 게 뭔 대수냐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심지어는 백인 의사는 시신의 부검도 거부합니다. 그러나 백인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용의자가 흑인이라는 소문이 돌자 반응은 180도로 바뀝니다. 사람 좋아 보였던 철물점 주인같은 동네 사람들은 KKK단 두건을 쓰고 집단 광기에 빠져가게 되고,그나마 흑인들에게 우호적이었던 "해리"의 아버지 마저 광기들 속에 빨려들어가 좌절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목격하는 열세 살 소년 "해리"는 더 이상 순수한 상태로 머무를 수 없게 됩니다.

 

"내가 왜 살해당한 여자들의 가족을 하나도 안 만났는지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난 흑인이고, 다른 하나는 매춘부라서다, 해리. 난 모즈 말고는 잘 아는 흑인이 없어. 여러 흑인들하고 이야기하고, 그럭저럭 좋아하고, 그들도 나를 그럭저럭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난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날 진짜로 모르기는 마찬가지지. 휴, 모즈도 잘 아는 건 아니야. 나하고 모즈는 낚시와 강, 그리고 이따금 담배 얘기나 했으니. 매춘부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아서 만날 생각을 안 했을 거야. 속을 들여다보면,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별다를 게 없지 싶다. 그리고 이거 아냐. 해리?"

"뭘요?"

"그게 마음에 걸려."

 

작가 "조 R. 랜스데일"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작가이지만 미국에서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명입니다. 특히나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SF, 서부극, 그래픽 노블 등 장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들을 써냈습니다. 장편, 단편을 포함해서 '브람 스토커' 상을 6회나 수상하고 '에드거' 상 등 수많은 상도 수상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개봉되어서 호평을 받았던 수작 스릴러 영화 "콜드 인 줄라이(Cold In July)"도 "조 R. 랜스데일"의 소설이 원작입니다.(개인적으로 이 영화 추천드립니다. 상당히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돈 존슨"과 "샘 쉐퍼드"의 연기도 일품이고) 또 작가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Hap and Leonard" 시리즈도 올해 초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치 우리 눈앞에서 희미하게 스러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내면의 어두운 바다로 휩쓸려갔고, 거기서 허우적거리다가, 허우적거림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삶이라는 난파선에서 남은 널빤지에 몸을 싣고 표류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삶은 모즈라는 이름의 암초에 충돌하여 부서져 버렸다.

 

소설 "밑바닥"은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비극을 회상하는 노인의 시선으로 흑백갈등, 냉혹한 현실, 분노와 차별, 무시, 증오로 형성된 집단 광기 속에서 성장통을 겪게 된 자신의 소년 시절을 이야기하는 훌륭한 성장소설입니다. 또한 인간 본성의 저 밑바닥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 본 좋은 미스터리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년시대", "라스트 차일드","철로 된 강물처럼" 등의 작품들을 좋아하셨다면 이 작품 "밑바닥"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콜드 인 줄라이"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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