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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hild님의 서재
  • 카티야의 여름
  • 트리베니언
  • 11,700원 (10%650)
  • 2016-08-08
  • : 117


이제는 고인이 된 베스트셀러 작가 "트리베니언 (Trevanian)"이 1983년에 발표한 "카티야의 여름(The Summer of Katya)" 입니다. 이 작품 "카티야의 여름"은 "트리베니언"의 전성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베스트셀러입니다.

 

1938년 8월,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청년 "장 마르크 몽장"은 우연치 않게 가족들과 함께 파리에서 요양을 온 여인 "카티야 트레빌"을 알게 됩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당시의 여인들과는 다르게 해부학과 프로이트에 관심이 많고 유쾌한 언어유희를 즐기는 "카티야"의 매력에 빠진 "몽장"은 그해 여름 평생 잊지 못할 첫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카티야를 처음 봤을 때 그녀는 아주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이곳 강변 공원의 한 고목 아래 앉아 노트를 뒤적이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명상을 가장한 백일몽에 빠져 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길게 자란 잔디를 헤치고 다가오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밀짚모자 밑에서 내 눈이 가늘어 졌다. 백일몽은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지만 내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파리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살리"에 위치한 조그마한 병원에서 일을 하는 "몽장"은 한가로운 시골 생활을 즐기던 중 자신의 동생을 치료해달라고 찾아온 "카티야"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카티야"에게 빠져버린 "몽장"은"카티야"의 쌍둥이 동생 "폴"의 치료를 계기로 파리에서 요양을 온 트레빌 가의 사람들("카티야", "폴", 그들의 아버지)과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혈기왕성한 "카티야"와 "몽장"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폴"은 "몽장"을 경계하며 자신의 누나에게 더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합니다. "폴"의 협박과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티야"에게 애정을 키우던 "몽장"은 마을에 떠돌기 시작하는 트레빌 가의 소문들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때 내가 관심과 애정과 흥분의 첫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는 것을. 그때 이미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는 것을. 아직 노골적인 조짐은 엿보이지 않았지만. (...) 그 무엇도 큰 의미로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을 구성하는 그런 작은 입자들은 너무 작고 고왔다. 세분하고 분석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이치에도 맞지 않았고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그녀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클래식한 심리 스릴러인 "카티야의 여름"은 상당히 정적인 소설입니다. 실제로 후반부에 이르기 전까지는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읽혀집니다. 중간 중간 작은 암시들이 있지만 무모한 시골 청년의사와 대도시 파리에서 시골로 요양 온 매력적인 여성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남성적인 작품들을 써냈던 작가의 성향치고는 너무나 말랑말랑한 느낌이 나서 의아하게 생각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양반이 이런 연애 이야기를 쓸 줄이야... 배경이 1차 세계대전 발발 전이기도 하고 출간 시기도 80년대라서 어쩌면 읽는 중간 이 작품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금방 눈치 채는 분도 계실겁니다. 그만큼 이런 이야기는 오랫동안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해서 신선함이 살짝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출간됐을 당시에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서 지금까지도 클래식 혹은 고전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신선함이 떨어질지언정 이야기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너무 비극적이어서 상당히 슬프기도 합니다.

 

"실망이네요, 몽장 박사님. 남자들은 자기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유치한 농담이 여자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우린 못들은 척 하거나 내키지도 않는 대꾸를 해야 한다고요. 둘 다 싫은 건 마찬가진데."

 

작가 "트리베니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액션 첩보 영화로도 잘 알려진 "아이거 빙벽"과 하드보일드의 걸작 "메인 : 꿈이 끝나는 거리" 그리고 일본 배경의 킬러 이야기인 "시부미"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작가입니다. 한동안 "트리베니언"의 본명이 알려지지 않아 여러 유명작가의 펜네임이 아니냐는 소문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본"시리즈의 "로버트 러들럼"이 가장 유력한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정체를 밝혀 그동안의 소문들은 그냥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카티야의 여름"은 상당히 마초적이었던 작가의 그동안의 히트작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꽤 로맨틱하고 달달한 이야기에 당시에는 상당히 진보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문장들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특히나 "몽장"과 "카티야"의 대화들은 유쾌하면서도 아주 로맨틱합니다. 여전히 내가 알던 그 "트리베니언"이 쓴 작품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다들 마찬가지였겠지만 나 역시 그 해 여름의 완벽한 날씨에 버릇이 나빠져 버렸다. 매일 펼쳐지는 황홀한 여름 풍경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또 누렸다. 추위와 어둠이 우주의 정수이고, 빛과 온기는 오직 작고 하찮은 별들 부근에서만 존재한다는 걸 까맣게 잊은 채로. 그와 마찬가지로 고독과 체념도 인간 삶 속의 정수다. 변덕스러워 더 소중한 젊음과 사랑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일 뿐이고. 그럼에도 우리는 편안한 소설 같은 그런 것들에 집착한다. 결국에는 비탄 속에서 운명을 탓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백만부 이상씩 팔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날리던 "트리베니언"은 "카티야의 여름"이후로 15년의 공백기를 가집니다. 그 후로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지만 예전만큼의 히트작을 써내지 못하고 2005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 작품"카티야의 여름"이 "트리베니언"의 마지막 베스트셀러가 되는 셈입니다.

사실 반전이 있다거나 작품들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암시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끄적이고 싶어도 작게나마 모든 것이 다 스포일러성 요소가 될까봐 영양가 없는 말만 주절거렸는데, 정적이고 로맨틱한 심리 스릴러의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면 꼭 추천 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잠시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기분도 느끼실 수 있는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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