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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hild님의 서재
  • 슬리피헤드
  • 마크 빌링엄
  • 12,600원 (10%700)
  • 2016-06-20
  • : 114


영국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빌링엄(Mark Billingham)"이 2001년에 발표한 데뷔작 "슬리피헤드(Sleepyhead)"입니다. 이 작품 "슬리피헤드"는 이제 발표만 하면 영국 선데이 타임즈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는 성공한 시리즈인 "톰 쏜(Tom Thorne)"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이 작품과 후속작인 "Scaredy Cat"은 Sky 1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더욱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뇌졸중 증세로 여성들이 사망합니다. 모두 각자 다른 장소에서 사망한 여자들의 죽음을 경찰들은 당연하게도 자연사로 처리합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몸에서 신경안정제의 한 종류인 벤조디아제핀이 검출되고, 목 뒤에 인대열상이 있다는 걸 발견한 한 예리한 검시관에 의해 살인임이 밝혀집니다. 그제야 부랴부랴 작전 팀을 구성한 경찰들은 수사에 열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병원 앞에서 또 다른 희생자처럼 보이는 20대 여성이 발견됩니다. 그녀는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았지만 '락트인 증후군(Locked-In Syndrome)'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완벽해진다는 정도. 그녀의 그런 완벽한 상태... 그 거리감이 부럽지 않아? 경위가 자유의 개념에 대해 생각할 만한 기회를 주지. 진정한 자유말이야. 자유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 다른 사람들은 미안하게 됐어. 정말이야. 내 목적과 수단에 대해 지루하게 설명을 늘어놔서 당신의 뛰어난 지능을 모욕하진 않겠어. 대신 이처럼 어마어마한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어느 정도 오차범위는 허용해줘야 한다는 정도만 말해 주지. 이 일의 관건은 압력이야. 하지만 당신은 이미 다 알고 있겠지. 톰, 다시 연락할게.

 

신경안정제의 일종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된 여자들의 목 뒤의 동맥을 비틀어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연쇄살인이 런던에서 일어납니다. 연쇄살인이라는 게 뒤늦게 밝혀지자 경찰은 백핸드 작전이라는 작전명의 수사팀을 꾸립니다. 그리고 로열런던 병원 앞에서 20대 여성 "앨리슨"이 발견됩니다. 죽은 다른 여성들과 같은 인대열상 상처가 있지만 목숨을 건진 "앨리슨". 하지만 그녀는 목 아래로 전시마비가 되었지만 의식과 정신활동은 정상인 락트인 증후군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백핸드 작전에 투입된 "톰 쏜" 경위는 "앨리슨"을 담당하는 의사 "앤 코번" 박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차 앞 유리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남긴 쪽지가 발견됩니다. 그 쪽지로 인해 "톰 쏜"은 범인의 의도가 살인이 아닌 락트인 증후군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범인은 네 차례의 실패로 여자들을 죽이고, 첫 성공작으로 "앨리슨"을 살려놓은 것입니다. 거기다 범인은 앞으로 성공률을 더 놓이겠다고 선언하는 듯 한 뉘앙스를 풍겨서 백핸드 작전 수사팀을 더욱 긴장하게 만듭니다. 그간 밝혀진 작은 사실들로 "톰 쏜"은 이 범인이 의사임을 확신하게 되고, 또 다른 여성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는 그저...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두개골이 부서지고 가슴에 인간쓰레기라는 문구가 새겨진 노숙자의 시체를. 진탕 퍼마시고 핸들을 잡은 버스 기사와 낮은 다리 때문에 목이 잘린 대여섯 명의 걸 가이드 단원들. 그리고 그보다 더 힘든 것들도. 아들을 잃고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무심코 차를 끓일 주전자로 손을 뻗는 여자의 멍한 눈을. 쏜은 이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총 열 다섯 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어 영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 범죄소설 시리즈가 된 "톰 쏜" 시리즈의 첫 작품 "슬리피헤드"는 일반적인 틀의 연쇄살인을 교묘하게 비틀어 영리하게 재창조한 범죄소설입니다. 이 작품 속 범인은 성적인 동기 등과 같은 삐뚤어진 욕망을 위해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니고 쓸모없는 육체의 고통을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준다는 명목으로 정신만이 살아있는 것과 같은 락트인 증후군에 피해자들이 빠지게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성공률이 낮기에 시체들은 늘어만 갑니다.

너무 많은 죽음을 봐왔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동정심을 강하게 느끼는 "톰 쏜" 경위는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저돌적으로 수사하는 방식 때문에 백핸드 작전팀원들과 삐꺽거리며 자신만의 용의자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하지만 범인은 "톰 쏜"에게 집착하며 교묘한 방법으로 그를 가지고 놀고, 범인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꼴이 된 "톰 쏜"은 수사팀에서 더욱 고립되어 갑니다.

 

경찰들... 훌륭한 경찰들은 그런 본능을 타고 나는 게 아니라 그걸 개발한다. 어쨌든 회계사들이 숫자에 능숙한 이유는 매일 숫자를 다루는 게 일이기 때문이다. 아주 평범한 경찰이라도 누가 거짓말을 하면 감이 딱 온다. 그리고 그중 몇 명은 거기서 더 발전해서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

그들이야말로 불운한 이들이다.

 

주인공 "톰 쏜"은 형사 초창기의 한 사건의 상처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는 실력 있는 경찰이지만, 실패한 결혼 생활과 조직 내에서 겉도는 아웃사이더로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흔히 볼 수 있는 형사 캐릭터입니다. 특히나 영국 쪽 형사 캐릭터에서 자주 보이는, 자신만의 음악스타일이 확고하고, 축구를 좋아하며(토트넘 팬), 가끔 심통도 부리고, 성급한 판단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가끔 자신의 성공을 너무 확신을 하고, 술을 좋아하고, 삐뚤어진 유머감각을 지니고 인간관계에 서투른 어쩌면 평범함에서 조금 더 부족한 사람.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서 이 인간은 경찰이 안됐으면 뭘 해먹고 살았을까? 진심으로 걱정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좋게 말하면 상당히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아스널이 한 골을 넣었다. 3점이 사라지면서 이번 시즌의 관에 또 다른 못이 박혔다.

톰 쏜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하나 더 늘어났다.

 

작가 "마크 빌링엄"은 스탠딩 코미디언을 비롯해서 많은 직업을 전전하다가 이 작품 "슬리피헤드"로 스타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리 차일드"는 예전에 영국 형사 캐릭터의 계보를 "모스"경감 - "존 리버스" - "톰 쏜"으로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영국에서는 상당히 인기 있는 시리즈를 쓰는 작가입니다. 탄탄한 플롯이나 적절하게 흩어놓은 단서들, 영국 특유의 블랙유머, 현실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이야기의 강약 조절 모두 훌륭한 "슬리피헤드"를 읽고, 과연 이 작품이 진정 첫 작품인지 의심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의 작가입니다. (이 작품 전에 다른 작가와 공동으로 쓴 98년도 작품이 있긴 합니다만 단독 작품으로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범죄소설을 읽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서스펜스나 스릴, 추리적 요소 그리고 마지막 반전 등 모두가 만족스러웠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깊이 남아있는 것은 "앨리슨"이 범인에게 저항하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의 복수를 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의 이 장면이 묘한 여운을 주어 이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건 완벽을 지향하는 것과 비슷한 거야. 이건 결함이 있고 약하고 부패한 걸 가져와서 그런 요소들을 제거하는 거라고. 그런 요소들에 대한 의존성

을 제거하는 거지. 육체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부분인 뇌가 육체라는 결점 없이 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거야. 이것은 무엇보다 자유를 위한 거야."

 

이 작품 "슬리피헤드"에는_책 속의 한 구절처럼_영웅은 없습니다. 그저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갇혀있는 사람뿐입니다. 어쩌면 요즘 현대 영국 범죄소설을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스탠다드한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소설, 특히나 영국 쪽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절대 읽고 후회하지 않으실 작품입니다. 출판사가 후속작인"Scaredy Cat"도 계약했다는 소문도 있으니 다음에 만날 "톰 쏜"은 어떤 모습일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드라마 Thorne : Sleepyhead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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