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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hild님의 서재
  • 다크 할로우
  • 존 코널리
  • 14,220원 (10%790)
  • 2016-06-15
  • : 246


아일랜드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코널리(John Connolly)"가 2000년에 발표한 사립탐정 "찰리 버드 파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다크 할로우(Dark Hollow)"입니다. 이 작품은 2001년 배리 상 British Crime Novel 부분 후보로 선정 되었습니다.

 

여전히 아내와 딸의 죽음에 죄책감과 슬픔으로 고통 받던 전직 뉴욕경찰 "찰리 파커"는 어머니의 고향으로 내려가서 외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을 수리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합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인의 간단한 부탁을 받아 일을 처리하던 중, "찰리 파커"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전 동시에 일어난, 관계없어 보이는 죽음들이 얽히면서 그동안 모두가 잊고 있던 과거의 악몽들이 다시 깨어나게 됩니다.

 

모두 치워버려야 했지만, 과거란 그렇게 쉽게 부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끝내지 못한 일들, 미처 하지 못한 말들 모두 결국엔 다시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의 이치이자, 세상의 메아리니까.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연쇄살인범을 죽인 후, 어머니의 고향이자 자신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메인 주의 스카보로에 정착한 "찰리 파커"는 외할아버지가 살던 집에 머물며 사립탐정으로서의 인생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 남편 "빌리 퍼듀"에게서 도망친"리타"의 간단한 의뢰를 받은 "찰리 파커"는 "빌리"를 찾아가서 위자료의 일부를 받아 "리타"에게 건네주지만, 그것이 "찰리 파커"가 "리타"와 그녀의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순간이 됩니다. 힘없는 약자인 여인과 아이의 죽음은 "찰리 파커"로 하여금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그는 이 모자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유력 용의자인 전 남편 "빌리"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그가 얼마 전 스카보로에서 일어난 총격전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빌리"로 인해 FBI, 캐나다 경찰, 갱단과 살인청부업자들이 메인 주로 모여드는 와중에 "찰리 파커"는 현재의 무관해 보이는 몇 건의 이야기들이 충돌해서 과거의 망령들이 숨어있는 또 다른 세계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그 망령은 경찰이었던 "찰리 파커"의 외할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잡고 싶어 했었던 악마였습니다. 

 

학대받는 아내들과 매 맞는 연인들, 멍든 여자들과 불행한 아이들은 그녀에게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어떻게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그야말로 고집스럽게 진실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하지만 구원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그런 구원의 빛이 비쳤을 때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찰리 파커" 시리즈 첫 작품인 "모든 죽은 것"이 국내에 출간되고 나서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두 번째 작품인 "다크 할로우"가 출간되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아홉 번째 작품이 조용히 출간되긴 했지만...)

이 작품 "다크 할로우"은 "찰리 파커"가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연쇄살인범 떠돌이를 죽이고 몇 개월이 지난, 아내와 딸의 첫 번째 기일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전히 죄책감과 상실감에 힘들어하는 "찰리 파커"는 사립탐정 면허를 신청하고 오래전 지인이었던 한 여인의 부탁을 받으면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 외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끔찍한 이름을 다시 듣게 됩니다. "칼렙 카일". 현재의 살인사건들은 마치 운명처럼 "찰리 파커"를 과거의 연쇄살인으로 초대하고, 모두가 실존 인물이 아닌 지어낸 유령이라고 믿었던 "칼렙 카일"은 점점 실체를 드러내며 "찰리 파커"를 메인 주의 작은 마을 다크 할로우로 유인합니다.

기본적으로 탐정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추리소설, 탐정소설의 구조를 지녔지만 피 튀기는 액션을 포함한 적당한 활극과 유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 아니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서는 공감과 연민입니다. 지금 보자면 좀 구식 탐정인 "찰리 파커"는 죽은 자들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그들의 죄 없는 죽음에 슬퍼하며 약자들을 구하기 위해 폭력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 내내 "찰리 파커"는 힘없는 희생자들 모두를 위해 슬퍼하고 분노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시리즈에는 다른 탐정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유령의 존재가 등장합니다. 때문에 간혹 사람들은 이 "찰리 파커" 시리즈를 초자연 스릴러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령의 존재란 "찰리 파커"가 죄책감에 만들어낸 환각이나 환상 혹은 꿈처럼 그려지고 이들의 존재 이유는 "찰리 파커"가 죽은 자들을 잊지 않고 계속 연민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로만 등장합니다. 중요한 사건의 퍼즐을 단순하게 해결하려고 존재하는 초자연 현상 따위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중요한 등장인물들인 흑백 동성연애 커플 "앙헬"과 "루이스"의 존재 역시 범죄자와 형사로 만난 사이였지만 "찰리 파커"가 모두에게 버림받았을 때 그의 상황에 공감하며 곁에 있어줌으로써 이 시리즈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물론 이 시리즈의 개그의 8할 정도는 이 커플이 담당하긴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려면 강간범들, 살인자들, 도둑들과 마약상들이 있어야 하지. 그들이 없다면 우린 아무 쓸모가 없어. 그들이 우리의 직업적인 삶에 의미를 주는 거지. 그리고 위험도 같이 존재한다, 찰리. 일을 하다보면 너의 인생을 침범하려고 하는 놈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루가 끝나고 배지를 벗어서 놔둘 때도 도저히 그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인간들이 생긴단 말이지. 그놈과 싸워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의 친구들, 가족 모두 그자의 그림자에 더럽혀지고 말아. 그런 놈은 널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지. 그놈의 삶이 확대돼서 네 삶이 돼버리고, 네가 그놈을 찾지 못하면, 네가 그놈을 끝내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그놈 생각이 날 것이다. 내 말 이해하겠니, 찰리?"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존 코널리"는 최초로 비미국 작가로서 셰이머스 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그는 공감과 동정심 하면 떠오르는 범죄소설 작가 "로스 맥도널드"를 가장 존경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아일랜드가 아닌 미국을 배경으로 이 시리즈를 씁니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많은 상의 후보로 오르는 실력파 작가인 만큼 상당히 글을 잘 씁니다. 솔직히 저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중에서 글 솜씨가 별로였던 작가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장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플롯이나 현실감 넘치는 대사들 뿐 아니라 그냥 배경을 묘사하는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훌륭합니다. 노트에 베껴 적어놓고 싶을 만큼. 그래서 저는 "존 코널리"가 쓰는 몇몇 청소년 소설들도 나오면 바로 구매해서 읽습니다. 단지 그의 문장들을 읽고 싶어서.

 

"그래, 그 사람은 고통을 겪었어. 참 대단하시네. 살면서 그 정도 힘들어보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고통을 당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너도 알잖아.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도 고통스럽게 살고 있고, 그중에 또 일부는 너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거야. 연민의 본질은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게 아니야. 그건 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네가 아무리 운이 좋건 불운한 인간이건 상관없이 계속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거야. 네가 거기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다면 하는 거고, 그렇게 할 때 징징거리거나 세상 사람들 다 보라고 네가 지고 있는 그 빌어먹을 십자가를 휘둘러선 안 돼. 네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야."

 

이런 저런 말이 길어지긴 했지만 결론은 "다크 할로우"는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란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플롯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복잡한 미로를 통과해서 선명하게 보이는 결말 부분에 도착하게 되면 상당한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첫 작품"모든 죽은 것"과는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작품 "다크 할로우"에 이어서 후속인 "The Killing Kind"도 조만간 같은 출판사인 구픽에서 출간된다고 합니다. 바램이라면 "찰리 파커"와 "앙헬" 그리고 "루이스", 이 기묘한 삼인조를 정말 오랫동안 만나고 싶습니다. 탐정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한동안 지속되던 제 독서불감증을 날려준 아주 멋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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