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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hild님의 서재
  • 스노우 블라인드
  • 라그나르 요나손
  • 13,320원 (10%740)
  • 2016-04-11
  • : 460


아이슬란드의 작가 "라그나르 요나손(Ragnar Jónasson)"이 2010년에 발표한 데뷔작 "스노우 블라인드(Snow Blind/Snjoblinda)"입니다. 대학 강사, 변호사로 활동하기 전인 17살 때부터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아이슬란드어로 번역했었던 작가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적 상황에 고전 추리소설의 요소를 심어놓은 작품입니다.


경찰대학 졸업반인 "아리 토르 아라손"은 북부의 작은 어촌 "시클루 피요두르"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조용하고 외진 어촌 도시의 생활에 적응도 제대로 하기 전에 "아리 토르"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가 계단에서 실족사한 현장으로 출동하게 됩니다.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시클루 피요두르"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죽음은 큰 화젯거리가 되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합니다. 두 사건의 작은 공통점은 이 작은 어촌이 묻어두었던 비밀과 연결된 작은 끈이 됩니다.


그날 밤 마을을 빙 둘러 에워싸고 지켜주는 산들은 새하얗게 물들어 산마루들이 보일락 말락 했다. 그 산들이 지난 며칠 동안 마을을 수호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꼭 짚어 설명할 수 없는 무엇, 어떤 위협이 몰래 마을로 침투한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숨어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날 밤까지.

그녀는 뒤뜰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눈의 천사처럼.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고아가 되었던 "아리 토르"은 신학공부를 중간에 포기하고 경찰 대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곧 졸업을 하게 될 "아리 토르"는 의대생인 여자 친구와 동거를 시작하지만 뜬금없이 아이슬란드에서 북극과 가장 가까운 도시인 "시클루 피요두르"에서의 일자리 제안을 받게 됩니다. 불경기가 아이슬란드, 특히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덮치고 있었기에 덜컥 발령 제의를 수락해버린 "아리 토르"는 큰 눈으로 눈사태가 나면 출입이 불가능해서 고립되어 버리기가 일수인 아이슬란드의 최북단에 위치한 작은 어촌으로 가게 됩니다. 이 마을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고참 경찰의 말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리 토르"는 고향인 "시클루 피요두르"로 내려와 생활하던 베스트셀러 작가 가 죽은 현장으로 출동하게 됩니다. 실족사의 가능성이 커보였지만 조금 더 확실하게 조사하려던 "아리 토르"는 조용히 마무리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벽에 가로 막혀버립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죽음은 작은 도시를 아이슬란드 화제의 중심으로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의 한 여인이 반라의 상태로 집 마당에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됩니다. 연달아 벌어진 이 두 사건으로 동요하기 시작하는 작은 어촌 도시에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눈보라가 몰려옵니다.


"이건 딱지나 떼 주는 일이 아니야. 오히려 정반대지. 여기는 워낙 소수의 지역사회라 우리는 단순한 동네 경찰 이사의 존재란 말일세. 최대한 딱지를 적게 떼는 게 오히려 우리가 할 일이야! 자네도 곧 저 남부와는 일처리 방식이 아주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워낙 유대가 끈끈한 사회라서 말이야. 걱정말게, 좀 지나면 다 알게 될 거야."


아이슬란드 범죄소설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작가 "라그나르 요나손"의 "다크 아이슬란드"시리즈 첫 작품이자 데뷔작인 이 작품은 현대가 배경이지만 고전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많은 요소들을 가진 작품입니다. 살인의 무대는 폐쇄되어가는 작은 공간이며, 용의자들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고, 수사관이 외지인이자 이방인인 점도 그렇지만 단서들이 밝혀지는 과정과 범인이 밝혀지는 전개는 고전적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인 아이슬란드의 최북단의 작은 어촌 도시인 "시클루 피요두르"는 청어가 풍부했던 시절에 잠시 풍요를 누리다가 이젠 몰락해가는 곳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은퇴해서 고향으로 온 늙은 사람들이거나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토박이 그리고 과거를 잊기 위해 찾아온 소수의 외지인들입니다.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노인의 죽음과 그 뒤 연달아 발생하는 사건으로 이 작은 도시는 반갑지 않은 활기를 되찾게 됩니다. 밤에 문을 잠그는 집도 없고, 주민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며 소문과 비밀이 순식간에 퍼지는 이곳에서 24살의 초짜 경찰인 "아리 토르"는 자신의 첫 사건에 열의를 가지고 수사를 하려 하지만 그의 행동은 그가 이 도시 사람들 사이에 조화롭게 스며드는데 장애만 될 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사태로 도시는 고립되고, "아리 토르"는 이 폐쇄적인 상황에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도 힘겨운 상황이 됩니다.


아리 토르는 당혹감에 가까운 감정으로 동료 경찰을 바라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이렇게까지 속속들이 잘 아는 마을에서 이 사건을 밑바닥까지 파헤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오랜만에 읽는 아이슬란드 작품인데 여전히 이 나라의 작품들에서 느꼈던 고요하고 차분한 차가움이 이 작품 "스노우 블라인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또 다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지만 긴박하다기 보다는 상당히 정적으로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건 재미가 없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소설이 후반부로 갈수록 도시는 눈사태로 고립되어가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팽팽해지지만 그 과정이 급작스럽다기 보단 상당히 조용하고 부드러워 어느새 그 흐름에 따라 _아마도 작가가 의도한 듯 한_ 읽는 사람은 스스로 눈치 채기 전도에 이야기에 동화됩니다. 중심이 되는 사건의 동기 역시도 요즘 범죄소설과 비교해 상당히 인간적인 동기입니다.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 눈의 무게에 짜부라지고 있었다. 이젠 겨울의 포옹이 아니라 예전에 없던 위협이 느껴졌다. 백색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았다. 핏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오늘 밤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공교롭게도 연달아 읽은 작품들이 북유럽 소설에 '스노우'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두 권의 분위기는 정반대입니다. 물론 눈과 피를 다루는 부분 같은 몇몇 묘사에 있어서 공통점을 보이긴 합니다만. 이 작품 "스노우 블라인드"가 영국에서 판매 1위를 찍으며 성공하고, 작가의 "다크 아이슬란드"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시작하게 만들었지만 데뷔작이 가지는 소소한 단점들도 눈에 띕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준수한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준수함 이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의 후속작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결말 부분 역시도 나름 현실적이어서 좋았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후회없는 독서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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