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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hild님의 서재
  • 블러드 온 스노우
  • 요 네스뵈
  • 10,620원 (10%590)
  • 2016-03-30
  • : 999


노르웨이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요 네스뵈(Jo Nesbø)"가 2015년에 발표한 "블러드 온 스노우(Blood on Snow/Blod på snø)"입니다. 이작품은 1970년대의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하는 느와르 작품으로 예초에 "Tom Johansen"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문제로 인해 결국 본명인 "요 네스뵈"로 발표되었는데, 다행이도 원래 계획했던 오슬로 느와르 연작인 "Midnight Sun/Mere blod"까지 큰 탈 없이 진행되었습니다.(이렇게 된 사연은 책 뒤편에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범죄조직의 해결사로 일을 하는 "올라브 요한센"은 어느 날, 조직의 보스에게 자신의 아내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보스의 아내를 죽이기 위해 보스의 집 맞은편에 있는 호텔에서 감시를 하던 "올라브 요한센"은 한 젊은 남자에게 강제로 추행당하는 보스의 아내를 목격하고 자신이 죽여야 할 타깃을 변경합니다.


내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죽인 것은 아니다. 그가 벽에 핏자국을 남기며 주저앉기도 전에 난 그 말부터 했다. 그 말을 듣는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죽음을 더 쉽게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총에 맞는다면 차라리 개인적 원한에 의한 것이기를 바랄 테니까.


1975년 오슬로,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킬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올라브 요한센"은 처음으로 당황스러운 명령을 받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직의 보스가 자신의 아내를 죽이라는 명령. "올라브"는 보스의 아내를 죽이기 위해 바로 감시를 시작하지만 곧바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꿈에 그리던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지만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혼란스러운 "올라브"는 젊은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보스의 아내를 목격하게 되고 그 남자를 따라가 죽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올라브"의 인생은 꼬여버립니다. 결국 보스의 아내를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집으로 피신한 "올라브"는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바람과 눈송이, 이 둘은 밤이면 문을 닫는 부둣가 창고들 사이의 어둠 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다 마침내 싫증 난 바람이 파트너를 벽 옆으로 내던지자, 바람에 휩쓸려온 메마른 눈송이들이 한 남자의 신발 주위로 내려앉았다. 방금 내가 쏜 총에 가슴과 목을 맞은 남자였다.


오래된 느와르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판에 박힌 이야기의 시작과 흡사하게 시작하는 이 작품 "블러드 온 스노우"는 끝까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익숙한 이야기로 전개되다가 끝을 냅니다. 거기다 언제나 4~500페이지 이상의 작품들을 내놓던"요 네스뵈"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짧은 분량으로 오슬로 1970의 첫 작품을 끝내버립니다. 전형적이고 익숙한 짧은 이야기.

하지만 이 작품은 특별합니다. 특별함의 가장 큰 부분은 작가의 글이 아닐까 합니다. 문장, 묘사... 뭐가 됐던. 긴 이야기에 긴 문장들을 주로 썼던 "요 네스뵈"는 이번 작품에서 그동안 자신이 쓰던 글들과는 다르게 문장 하나하나를 짧게 줄이고 의미를 함축시키려는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어둡고 아름다우며 애처로운 이 작품의 분위기는 거의 작가의 짧지만 밀도 높은 문장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눈과 피가 섞이는 순간의 잔인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인상 깊은 도입부를 지나서 마지막 장면을 구성하는 문장들까지, 짧지만 공들여 함축시킨 모든 문장들이 이 짧은 소설을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란 인간은 천천히 운전하는 데 서툴고, 버터처럼 물러터진 데다 금방 사랑에 빠지며, 화나면 이성을 잃고, 셈에 약하다. 책을 좀 읽기는 했지만 아는 게 별로 없고 쓸만한 지식이라곤 더더욱 없다. 내가 글을 쓰는 속도보다 종유석이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그러니 다니엘 호프만이 나 같은 인간을 어디에 써먹겠는가?

그 답은 (여러분도 이미 짐작했겠지만) 해결사다.

 

오래된 하드보일드, 느와르 소설이나 영화의 이야기들과 흡사하니 그런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들 역시 모두 등장합니다. 킬러, 보스, 결코 사랑하지 말아야할 보스의 여자, 반대편 조직의 보스와 그 일당 그리고 팜므 파탈...

하지만 주인공 "올라브 요한센"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중 가장 불쌍하고 애처로운 범죄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모든 부분에서 모자라고 난독증까지 있는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할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동안 자신이 삶을 대하던 태도와는 정 반대로, 위험하고 과감한 행동들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진심을 깨닫지 못한 채, 모자란 자신과 정 반대인 완벽한 여인과 함께하는 여정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비극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나마 잠시 좋은 꿈을 꾸었다는 것이 "올라브 요한센"에게 작은 위안이 되겠지만.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몸에 얇은 얼음 살갗이 돋아나고, 그 아래로 얇고 푸른 정맥이 생겨난 것 같았다. 피를 흠뻑 빨아들인 눈사람처럼.

 

사실 이 작품 "블러드 온 스노우"는 작가 "요 네스뵈"의 팬들이 작가에게 당연하게 기대하는 소설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동안의"요 네스뵈" 소설을 기대하시며 읽으신다면 뒤통수를 세게 맞으실 겁니다. 그리고 분명 실망하게 되는 분들도 계실테고. 하지만 저에겐 이 작품은 "요 네스뵈"의 소설 중 상위권에 올려놓을 정도로 좋은 소설입니다. 원래 글을 잘 쓰는 작가인건 알았지만 이정도로 훌륭한 글 솜씨를 지닌 작가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저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예전부터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요 네스뵈"의 첫 시도는 저에게 제대로 먹힌 것 같습니다. 마치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짐 톰슨"과 "엘모어 레너드"가 같이 쓴 작품 처럼 느껴집니다. 고전 하드보일드, 느와르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어둡고 슬픈 범죄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결코 후회 없으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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