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를 설렘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머리가 복잡할 때면 드라이브를 즐기는 나에게 “우리가 마음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라는 문장은 설렘을 넘어 살짝 흥분되기도 한다. 남윤잎 작가의 신작 『출발! 자동차 여행』에 끌리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든 작가의 초기작 『버스』를 흥미롭게 봤기에 뒷모습만 보이는 신비로운 두 인물의 여정이 기대되었다.

여행은 화려한 도시의 야경과 노란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자동차의 모습이 그려진 책 표지부터 시작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따라 터널을 통과하면 들판을 가로지르는 기차의 모습이 나온다. 이내 두 인물은 기차보다 빠르게 달리자며 하늘과 바닷속, 우주 끝까지 때론 두렵기도 하지만 즐거운 여정을 함께 한다. 간결한 표현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이내 달리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함께 탄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기나긴 여행 끝에 그들은 제일 가고 싶었던 곳으로 향한다. 오색 빛의 꽃밭과 들판을 지나 인적이 드문 숲속에 도착하고 나서야 자동차는 멈춘다. 시작부터 궁금했던 주인공의 정체가 공개되는 시점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마저 든다.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멀고 먼 길을 달려
집에 돌아오기를요.’
이 책은 두 사람이 신나고 즐거운 여행을 즐기고 다시 도시로 올 거라는 나의 고정관념을 꼬집어주었다. 사실 그들도 되돌아가고 싶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빼앗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의 전작인 따로 또 같이 걷는 곰의 여정을 담은 『곰곰 걷다』 와는 색다른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