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 동산시고 손승구 작자 손창준 역자 지식과감성
이 리뷰는 지식과감성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5언, 7언절구, 율시 556수가 수록되었다. 작자 손승구님은 영조 정조 때의 명사이다. 이를 8대손인 손창준 역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역사를 잊어버리지 않는 이가 있어 우리는 오래된 미래를 만나기도 한다.
<동산시고>는 역자의 8대조인 동산옹 할아버지께서 남긴 것이다. 영,정,순조 시대에 걸쳐 84세까지 사셨다.
역자는 독일어 교사이고 한문 부전공으로 2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했고 독학으로 이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남의 도움이나 교정 지도 없이 완성했으며 역자보다 수준이 낮은 학습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았다.
역자의 동산옹 할아버지는 경주 손씨가에서 양민공 손소 공의 10대손, 경절공 우재 손중돈 공의 9대손, 낙선당 손종로 공의 5대 손으로 태어나 학문을 익히셨다. 시와 유랑으로 많은 선비들과 교유하면서 이 시고를 남기셨다.
이계노인 서문
"경주에 사는 유학자 손승구는 교남의 이름난 선비이다.
지난날 내가 경주 부윤을 지낼 적에 군의 나이는 오히려 나보다 어렸지만 문장과 시를 짓는 능력이 있어 이름이 나만큼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20년이 지나 군이 나에게 자기 시고 한 권을 보냈는데, 5언, 7언 율시와 절구들이고 모두 은유법을 갖췄다.
그 기세의 울림이 금옥 소리 같다.
그 음향이 월등하게 뛰어나고 작게 부수고
영리하게 엷게 한 모양이 그의 성정이 난초와 같음을 입증하여 화평하고 맑고 시원함은 쌓여 있고 두터움이 드러나 있었다.
마침내 그 책머리에 머릿말을 써서 돌려주노라."
<계림>
계림 아래에 말을 세우니
신라 세월이 멀기만 하네
가을바람 한밤중에 비까지 내려
누런 잎 우수수 떨어졌구나.
<곡강 원님 학사 권엄에게 주다>
동산으로 가는 길
말을 세우고 다시 돌아가기를 머뭇
봄바람에 꽃이 비에 젖는 저녁
친구의 술잔을 한껏 들고 싶네.
<만호>
저 높고 험한 만호봉은
물건을 나타낸 듯 우뚝하네
소리 내는 보배가 오랫동안 숨겨져 있으나
누가 알겠는가, 그 가치가 많고 적음을*
<단잠 최노인의 유거에 차운하다>
단잠은 늙지 않고 사시 젊어
골짜기 쏙 연기 노을 세상 먼지를 가리네
그 옛날 상산 젊은이들 떠난 후
그대를 알고 보니 의심할 바 없는 은자일세.
[달전 모임에서 홍해군수 권학사의 시에 차운하다]
산중 암자에서 좋은 자리 마련하여
그대로 하여금 거동케 하여 정중히 대하네
풀은 오래된 집에 돋아나고
이끼는 선대의 비석에 붙어 있네
바람과 노을은 반쪽만 일고
북두와 남두는 새벽까지 쏟아지네
촛불이 다하도록 글을 논하는 것
봄의 흥취가 작은 잔에 가득하네
<두산옹 시 두루마리 끝에 장난스레 적는다>
무인들은 모두 서로 경시하는 버릇이 있는데, 나는 이 늙은이를 좋아한다.
싯구의 언어가 맑고 스스로 벼슬아치에게 곧은 말을 하여 이제는 적수가 없다.
내가 뒤쫓아 가고자 하나 앞에 오래된 담장이 있어 웅장한 소리를 낸다.
당나라 때 이백은 참으로 하늘이 내린 사람이었고, 송나라 때 매황 또한 시를 잘 지어, 그의 문장을 따라잡는 이 없었고 도를 통한 쉽게 풀이한 이가 드물었으나 종종 수두룩한 선배들이 시에 대한 평을 했더라. /반계노인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어야 할 만큼 탄탄한 글쓰기다.
8대조의 문헌을 이토록 정성껏 한역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시간과 정성과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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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신라 땅에 참 나그네 찾으니
지나온 강산이 눈 아래 펼쳐지고
푸른 바다도 지금은 물결마저 고요하니
조각배도 쉽게 봉래산에 이르겠네 - 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