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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note님의 서재
  • 당구공은 없다
  • 정영운
  • 15,300원 (10%850)
  • 2024-05-08
  • : 85

당구공은 없다 다이몬에 대한 단상 책과 당구는 나의 다이몬 




학교에서는 독문을 공부하고 논술학원 선생님도 하고 현재는 서울에서 당구클럽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놀랍다. 공부의 깊이가. 


당구클럽을 운영한다. 손님으로 가서 즐길 때와 주인이 되어 경영할 시간이 되니 무엇이 달라졌을까? 

저자의 삶을 규정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당구, 다른 하나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엮어 책으로 썼다.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1장. 

현대 사회에 놀이가 처한 '엄중한 상황'에 대한 푸념, 인식, 경고를 다룬다.

2장. 

배우는 행위, 즉 학습과 연습, 그것을 통한 '즐거움'을 말한다. 

3장. 

당구의 기술적인 부분.

4장. 

태도에 대해 논한다. 

5장. 

게임이란 제목으로 당구 '한 게임'을 넘어 인생이라는 '무한 게임' 중에 마주치는 자아, 본성, 행운, 지위, 중독 등 '이야기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풀었다. 




책은 하나하나 분절된 작은 퍼즐 같다. 다 맞추면 한 권의 책이 되고 사유의 큰 틀이 형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당구 놀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고양이의 삶에 근접시키고 싶다. ​​


=고양이의 철학=

고양이가 행동하는 한결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면 

사심 없는 고양이의 상태는 선불교의 無心 상태와 비슷하다. '무심'은 번뇌 없는 집중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다. 존 그레이의 표현이다. 




'암묵지'란 '체화된 지식'으로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몸에 익은 지식을 말한다.

어머니들은 손맛에 아주 세심하다. 레시피를 물어 보면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말할 수는 없지만 몸에 배어 있다. ​​

(10쪽)


고양이의 우아함에 대해 말한다. 우아함이란 치열함의 결과물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말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세상은 열리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언어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넓은 의미로 의미란 일부러 부여하는 것이고 조작하는 것이고 만들어 내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참고 문헌이  많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나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저자 또한 책을 읽기 전의 삶과 책을 읽은 후의 삶은 온전히 다른 삶임을 강조한다. 인문학적 깊이가 남다르다. 꾸준히 책을 읽어온 흔적이 책 전체에 아우라를 입혀놓았다. 


당구장을 운영하고 손님들이 많아지면 바쁘겠지만 늘 바쁘지는 않을 것이다. 가게를 하는 분들을 보면 잉여의 시간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 잉여의 시간을 지루하게 느낀다면 그 시간은 죽어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잉여의 시간을 책을 펼치는 데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려서부터 생각하곤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을 이렇게 책으로 꼼꼼히 채워서 당구와 인문학적 사고를 벼려 이리 좋은 책을 만들어 낼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다. 




다이몬daimon 


하이데거는 다이몬은 '신이 나타날 수도 있는 개방성'이라고 표현했다. 


다이몬 + eu =eu daimon 행복


다이몬 + kako = kako daimon 불행 

eu daimon ia 

에우 다이모 니아  =행복

=지속적인 좋음을 드러내는 번영과 그에 따른 행복.


"내가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번영)란 

존재의 완전함에 있어 '런너스 하이'와 비슷한 것 같다. 

마침내 인간 존재의 모든 면을 완성했을 때 몸속을 흐르는 완전한 느낌"

(마이클 슈어/작가) 


에우다이모니아로서의 행복은 

오랜 시간 뭔가를 열심히 하고 나서야 접할 수 있는 상태. 

다이몬은 이런 작업을 도와준다. 


저자는 스스로를 글을 쓰는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가'라는 자의식이 없다. 자족적인 글쓰기를 좋아한다. 


잘 아는 것을 쓰라고 해서 저자가 무엇을 잘하는지 생각해보니 '당구'와 '책'이었다. 이는 아주 능숙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대학 2학년 때 인류학 교수님이 한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다른 게 아니다.

그냥 모든 책, 아니 좋은 책 모두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류학 교수님의 그 말씀이 맘에 들었다. 저자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책 한 권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젊었을 때 책을 읽어 '기초 체력'을 다져놓고 한 권씩 읽어가다 보면 세상은 여전히 바뀌지 않지만 그 여전한 세상에서 '즐거움'을 훔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건 나를 강하게 하는 물리적 힘이다. 독서는 즐거움을 통해 자존감의 토대를 강화한다. 

그러므로 최대한 상황이 허락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면서 독서를 해야 한다. 

그게 가장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당부한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매체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려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봐야 한다."고. 


밑줄 치며 읽었고 마음 안으로 옮겨 놓고 싶은 많은 문장들을 만났다. 무엇보다 저자가 언어를 다루는 실력이 매우 뛰어나서 음악 같은 리듬이 느껴졌다. 독서력이 적거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려워도 일독을 마치고 두 번째 읽으면 첫 번째 독서가 선지식先知識으로 작용해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한 책을 열 번 읽으면 훨씬 많은, 단단한 깨달음을 무의식의 저장창고에 입력할 수 있다. 무의식과 의식이 자유롭게 길항할 수 있는 순간에 이르러야만 삶은 바뀔 것이다. 아주 빠른 속도로. 


이 리뷰는 도서인플루언서인디캣님을 통해 좋은땅의 철학에세이를 주관적으로 바라본 서평입니다. 


#블루노트책방 #당구공은없다 #다이몬에관한단상 #정영운 #좋은땅 #인디캣책곳간 #도서인플루언서인디캣 




실제 게임보다 훈수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류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이들은 자신의 ‘다마 수‘를 실제보다 더 높게 놓는다. 즉 고수이고 싶어 한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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