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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님의 서재
  •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 싱고(신미나)
  • 13,500원 (10%750)
  • 2019-12-12
  • : 1,60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서평

 

‘현대시인론’. 나는 1학년부터 큰 벽과 마주한다. 애초에 들어올 때부터 ‘저는 소설이 좋아서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면접을 보고 들어온 터라 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두려움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생각해보라. 나는 이 시가 A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수능에서는 사실 이 시는 B입니다. 라고 하면 내 의견은 한낱 휴짓조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업을 통해 내 생각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시에 대한 해석을 이야기하고 계실 때였다. 교수님의 목소리와 학우들의 볼펜 소리만이 강의실에 가득했다. 갑자기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그래.”

 

“저는 그 시가 이야기하는 게...”

 

교수님께서 해석하신 것과는 다른 해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모두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시며 (심지어 살짝 촉촉한 것 같기도 했다.)

 

“이 시를 쓴 건 000이지만. 이 시를 완성하고, 이 000을 시인으로 만들어준 건! 바로 전모군 너다!”

 

나는 4년이 지난 지금. 시인의 이름도 시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명확하게 기억하는 건 친구의 이름, 석 자다. 나에게 시는 전모군. 그 자체가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시를 달리 보게 되었다. 여전히 나에게 시는 어려운 존재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재미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다양한 재미를 줄 ‘청소년 마음시툰 :안녕, 해태’를 만나게 되었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다면

 

바다가 푸른 이유는 고래를 위해서라고. 고래가 수평선 위로 솟구칠 때 있잖아. 그때 별을 보여 주기 위해 바다가 있는 거라고. 마찬가지야. 소설을 쓰다가 지칠 때, 다 그만두고 싶을 때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세상 어딘가에서 나의 고래를 응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런 게 희망이라고.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두려운 일인지도 몰라. 이십 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자란다는 건 어려운 거구나. 꿈을 결정하고 마음속에 고래 한 마리 키운다는 건.

 

주인공 잔디는 중학생으로 친구, 연애, 공부 등 세상 오만가지의 고민을 짊어지고 있다. 그 중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은 잔디의 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챕터이다. 잔디는 꿈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런 잔디를 보며 아빠는 푸른 바다와 고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잔디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꿈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꿈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래’를 떠올리게 된다.

바다라는 커다란 존재, 인력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하나의 생명체를 위해 존재한다. 나는 이 챕터를 읽으며 고래가 되어서 바다의 위로를 받기도 하였고, 바다가 되어서 고래를 위한 존재라는 뿌듯함을 얻기도 했다. 또 나는 그런 잔디와 아버지의 모습에서 고래와 푸른 바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시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난 이 ‘시툰’은 독자들의 시에 대한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폭제의 역할을 한다.

 

꿈속에서 따라온 나비

 

깜빡 졸다 눈을 떴을 때 꿈결처럼 거울 속에 인경이가 있었다. 잠이 덜 깬 줄 알았는데 네가 웃고 있었다. 나, 지금 꿈꾸는 건가? 너는 나비가 데려온 환상이었나? 이상해. 상상만으로 얼굴이 붉어지다니. 속마음이 들킨 것처럼 부끄러워지다니.

 

잔디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다 그 소리를 마치 나비의 날갯짓 같다고 여긴다. 그리고 눈을 뜨니 환상처럼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마주치게 된다. 몽롱한 잔디의 기분이 전이되며 ‘나는 지금 꽃이다.’를 읽으니 일전에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같이 느껴졌던 시가 더할 나위 없는 연애편지로 느껴졌다.

 

폴폴 날리는 꽃가루

살랑살랑 나는 은빛 나비

 

나는

지금

 

꽃이다.

 

 ***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는 잔디와 해태의 이야기를 한 챕터씩 보여주고 마지막에 시를 삽입한다. 책을 읽기 전 당연히 시를 위한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웹툰은 잔디와 해태의 서사에 시를 붙여둔 형식을 띠고 있었다. 작가님이 이야기와 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시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과 다르게 읽고, 읽고 또 읽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들도 상당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을 보자마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독자들의 부담을 잔디와 해태의 이야기로 상쇄시킨다. 다만 홍랑, 윤동주 등 필수 작품들에 관한 챕터에서 시를 위한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잔디와 해태의 온전한 이야기가 희석화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

 

‘청소년 마음 시툰’. 제목은 그러하지만 나는 이 책을 시가 두려운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한다. 나는 '청소년 마음 시툰'으로 시를 색다르게 읽어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시에 대한 두려움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한 '전모군.' 다른 독자들에게도 '청소년 마음시툰'이 '전모군'처럼 다가가 시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시를 색다르게 읽어볼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청소년 잔디의 고민은 어른인 나도 가진 고민이었기에 그녀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시를 느껴보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도통 시라는 것이 무엇인지. 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삶의 아픔까지 해태와 잔디가 보듬어줄 테니 말이다.

바다가 푸른 이유는 고래를 위해서라고. 고래가 수평선 위로 솟구칠 때 있잖아. 그때 별을 보여 주기 위해 바다가 있는 거라고.-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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