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을 만났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알았다. 가장 가지런한 손가락을, 밤하늘에 가장 가까운 검은 눈동자를 이미 눈에 담은 뒤였다. 그 사람 외에는 누구의 아름다움도 가슴을 울리지 못했다.- P127
연모합니다. 당신을, 당신만을 연모합니다.- P172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태자 앞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울음을 삼킬 필요가 없었다. 신연은 울었다. 스스로 바보같이 질질 짜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몇 번이나 목걸이에 입을 맞췄다.- P172
끝이 보이지 않는 늪 안을 허우적거리며 씨앗을 심을 마른 땅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자신이 몹시 어리석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씨앗 하나가 너무나 소중하여 도무지 버릴 수가 없었다.- P355
태자의 눈은 바닥을 모르는 검은색. 그 눈은 늪과 닮았다. 저 늪을 씨앗 하나 품고 건너려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P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