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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님의 서재
  • 스페인 여자의 딸
  •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 13,500원 (10%750)
  • 2021-05-07
  • : 346
#스페인여자의딸 #카리나사인스보르고 #구유 옮김 #은행나무 #소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배경. 엄마가 긴 투병 생활 후 죽고, 딸 아델라이다는 서른 여덟의 나이로 혼자다. 폭력이 일상화된 도시에서 그녀의 집은 무장 여인들에게 점거당하고 이웃집에 들어가는데, 집주인 아우로라는 사망한 상태. 탁자에 아우로라에게 스페인 여권 발급이 허가되었다는 우편물이 있다. 아델라이다는 아우로라의 시체를 처리하고 그녀가 되기를 결심한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기만 해도 이 소설이 얼마나참담한지 알 수 있다.

‘엄마를 묻었다‘라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작되는 소설, 까뮈의 ‘이방인‘을 연상하게 하는 첫 문장. 이 소설은, 주인공의 상실감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삶에의 열망이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고?‘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치열하게 펼쳐진다. 마지막 문장은 ‘카라카스는, 언제나 밤이리라.‘p318

소설을 읽으며 계속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가 생각했다. 한때 잘나가던 베네수엘라.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수백만의 국민이 그 나라를 떠났다는 (차베스 정권) 기사를 떠올렸는데, 역자도 그때로 추정한다. ‘혁명의 아이들‘은 문혁 당시 중국을 떠올리게 하고, 읽는 내내 주인공이 무사히 스페인으로 갈 수 있기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엔 한국인인 우리에게 던져지는 깨알같은 위트 (삼성 텔레비젼을 면세점에서 구매해서 출국 심사하는 군인에게 상납하는)도 있고.

너무나 슬프고, 흥미진진하며 어마어마한 소설. 책표지에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이라고 문구가 실려있는데, 어쩌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주인공은 행운아일수도. 물론 그녀는 스페인에서 다른 인물로 살아가며,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야한다. 우리 선조들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모든 걸 잃고 새로 시작했다.

나는 엄마처럼 용감했던 적이 없잖아요. 단 한 번도. 그래서 이 새로운 전쟁 속, 엄마의 딸은 동시에 두편에 서 있어요. 나는 사냥하는 사람인 동시에 입을 다무는 사람이에요. 내 것을 지키며 조용히 타인의 것을 훔치는 사람이에요. 나는 양쪽 진영의 경계 중에서도 가장 나쁜 곳에 사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처럼, 겁쟁이들의 섬에 사는 이들은 아무도 상실에 반기를 들지 않으니까요. p265

나무들도 가끔은 장소를 옮겨 심잖아요. 여기서 우리의 나무는 더 버티지 못해요.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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