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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많은 한국형 SF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었다는 것을 크게 실감했다. 사실 진행된 지는 꽤 된 흐름이었을텐데, 근래에 이 장르를 접하기 시작하며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더 인기를 얻어 추후 영상화되는 작품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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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아이>는 꽤나 비현실적인 재난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중 배경은 2035년으로, 아주 까마득한 미래가 아니기에 더욱 현실감이 있었다. 소설의 도입부, 달이 팽창함에 따라 전 세계 각지의 아이들이(무게가 가벼울수록 더욱) 하늘로 떠오르고, 실종되고 만다. 그리고 점점 더 심화되는 사태와, 사라져가는 아이들을 찾고 구하고자 하는 부모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재난이 진행됨에 따라 그에 얽혀서 발생하는 여러 정치적 상황까지. 정치적 상황과 재난상황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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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의 인물들은 마냥 선량하다기보단, 답답한 면도 있고 어두운 과거도 있고, 새로운 유혹에 휩싸이기도 하는 등 굉장히 입체적이라고 느껴졌다. 사건이 그렇게 해서 발생되기도 하고, 부모의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인물도 있지만 그 의무를 져버리는 인물도 있다. 그렇게 모든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며 마치 이상적인 동화가 아니라 현실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달의 아이>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이 잘 드러난다. 동질감을 느끼며 단체로 묶였던 에피모에서도 이기심으로 인해 여러 갈등이 발생하고, 배신이 일어나고, 이후 에피모가 대중으로부터 비난받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본업이 드라마 작가인 저자가 쓴 소설인만큼, 영상화 가능성이 아주 불투명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실제로, 소설 내의 배경지와 사건 등을 떠올려 보면 영상화하기에 무리 없는 요소들이기에 언젠가 동명의 ott드라마 시리즈 혹은 영화를 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서도 언젠가 영상화될 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니 기대가 크다.
관련 분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차치하면 이야기는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이 가여웠고, 가슴이 찡했다. 결말부의 정아의 모습은 내가 주변인이라면 말렸겠지만, 그동안의 정아의 아픔을 상세히 살펴본 독자의 입장에서는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정아가 몹시 안쓰러웠고,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형 SF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 꼭 영화를 보는 것 같이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흘러가는 재난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 <돈 룩 업>을 인상깊게 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달의아이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