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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감자고로케
  • 1999년생 1~3 세트 - 전3권
  • 신일숙
  • 32,400원 (10%1,800)
  • 2023-07-31
  • : 651

 

  만화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다. 그림체와 스토리, 각종 효과까지. 꼭 영화 같이 시각적 이미지가 주는 영향이 크면서도 텍스트성을 잃지 않는 만화라는 장르는 특별하다. 시간에 따라 유행하는 그림체나 스토리가 달라지는 만큼, 글로만 접하는 것보다 좀 더 쉬이 창작 시기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기도 하다. 

 


  만화를 좋아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순정만화 전성시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나는 신일숙 작가님의 순정만화를 읽고 자란 세대가 아니지만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알고는 있었다. 과거 만화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을 볼 때 사진 자료로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았고, 아마 도서관에서 옛날 순정만화를 몇 권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과거의 순정만화에 대한 인식은 특유의 그림체와 대사, 분위기로 머릿속에 막연하고도 견고하게 자리잡아 있었다. 

 


  그렇게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영역을 이 만화 <1999년생>을 읽음으로써 자세하고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만화 <1999년생>이 품고 있는 방대하고 세세한 미래 지향적인 스토리와, 지금도 인기 있을만한 강인한 여자주인공의 설정을 보고 꽤 놀랐다. 

 


  1980년대에 그려진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작중 배경은 2017년이다. 작품이 그려진 그 당시엔 먼 미래였겠지만 현재로선 꽤나 지난 과거이니 시간 표지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영화 <백투더퓨처>나 <2012>를 볼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다.). <1999년생>은 외계인으로부터 침공당한 지구와, 외계인들과 전투를 하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라고 간략히 표현할 수 있다.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챕터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다. 

 

1장, 벼락처럼 기억에 남는 만남

2장, 완벽에 가까운 남성상

3장, 하나의 인간으로서 능력을 인정할 것

4장, 보통의 관계에서 굳어지지 않도록 이성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

5장, 최후의 결점을 남긴다

 

읽으면서 의미가 모호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4장의 텍스트가 좀 길다고 느꼈는데 책을 읽고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았을 때에는 충격을 받았다.



  내용 설정이 신선하고 탄탄하다. 과학 시간에 들었을 다양한 개념들이 곁들여진 게 눈에 띄었다. 아마 이 설정은 세기말의 느낌이 있긴 하지만, 지금 이 주제로 작품이 나와도 무리없을 만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중 ESP를 비롯해 각종 초능력에 관련한 어휘들이 많이 나오는데, 혹시 에스퍼물이 이때부터?!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과거의 작품인만큼 남성 캐릭터들이 여주인공을 대하는 태도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전투 방면에서는 아주 유능하지만 사적인 감정을 나누는 로맨스의 측면에서는 주체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다(하지만 아마 그때 당시로서는 아주 강한 여주인공이었을 것이다. 키스한다고 냅다 어깨에 총알을 박아버리는 크리스). 

 


  또 현재의 순정만화들을 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남녀주인공의 사랑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사랑이 싹트는 경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기 보단 급발진 연애의 느낌이 없지 않아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이 강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순정만화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들(ㅋㅋㅋ)은 책 감상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빼곡하게 그려진 섬세한 그림들이 놀랍다. 작품의 분위기와 기막히게 어울리는 그림이다. 결말부에서는 짜릿하고 놀라운 반전으로 독자에게 충격을 선사하는데, 그래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1999년생>을 보며 구시대의 정서로 이토록 미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지금 읽으면 과거의 향수와 미래의 세련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순정만화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1999년생>이라는 좋은 작품으로 접하게 되어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신선하고 미래적인 SF설정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입체적인 캐릭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트려준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신일숙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특히 <아르미안의 네 딸들>). 

 


  신일숙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즐겁게 봤거나, 순정만화 감상으로 과거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 SF 순정만화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1999년생>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만화, #1999년생, #신일숙, #거북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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