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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곤 한다. 그렇게 쓴 다양한 종류의 글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하고, 나는 언제나 한 번쯤은 '뛰어난 저격수나 소총수' 같이 총을 잘 다루는 인물의 이야기를 꼭 써보고 싶었다.
글을 쓸 때에는 '내가 아는 분야' 이야기를 쓰는 게 가장 서술하기가 편하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건 그 분야를 알아나가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슈팅 게임 같은 것도 하지 않아서 총기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에게는 흥미롭게 총이나 사격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사격의 과학>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또 표지에 적힌 '표적을 정확하게 맞히는 사격 메커니즘 해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게 된 [사격의 과학]은 어떻게 보면 예상과는 다른 점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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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읽기 전까지는 전반적으로 이런 교양 위주의 내용일 거라고 상상했었다.)
워밍업을 위해 서론을 길게 이야기하기보다는(교양 목적의), 전문 용어들의 쓰임이 잦은 전문서적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여러 지식백과를 참고하면서 읽게 됐다.
하지만 대략의 개념을 숙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기존에 몰랐지만 새롭게 지식을 깨달은 경우라도) 읽기에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닌 것 같다. 작가가 평범한 사람이 읽어도 읽기 수월하게끔 내용 구성을 해놓은 것 같다. 학구적으로 이건 이렇고 저렇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형식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라고? 그럼 이렇게 행동해라!' 이런 식의, 다소 명쾌하기까지 한 책이다.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은 책이지만 만약에 영화처럼 좀비 사태가 일어난다면, 총을 발견하게 되는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살포시 챙겨가려고 한다. 그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드는만큼 실용서에 가깝다.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서술되는 다양한 도움말들은 실제 상황에서(정말 현실에서 사격을 하게 될 기회가 온다면) 도움이 될 만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브리저튼> 시리즈를 정주행했는데, 시즌 1에서 남자주인공이 사냥터에서 총을 쏘고 옆에서 하인이 총을 열심히 손질하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이 장면이 연상되는 부분도 [총의 손질]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상관 없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에 보기만 했던 지식과 책에서 나오는 내용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챕터는 <5장 사격술>과 <8장 야전 매뉴얼>이다.
5장에서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기도 한 창작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마구 떠올릴 수 있었고, 그를 뒷받침해주는 지식들을 터득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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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5장의 이미지 중 하나. 이렇게 글마다 사진이나 그림 자료가 있어 이해하고 상상해보기에 용이했다.)
그리고 8장에서는 예전에 TV에서 진행하던 군대 체험(?)프로그램에서 '저건 왜 필요하지?'라고 막연하게 가졌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챕터였다.
'병사들이 전선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수칙은 적에게 발각되지 말 것, 총에 맞지 말 것, 죽지 말 것, 적을 찾아 사살할 것이다.' 챕터에 들어가자마자 본문에 보이는 이런 문구가 인상적이다. (기존에 여러 책에서 다루고 있을 거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읽어보는 거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총 전문가 아저씨가 이것저것 강의해주는 느낌의 책이다. 아마 기존에 총기나 무기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이들이라면 이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건 교양 느낌의 과학이랑은 차이가 존재했다. 그래서 <사격학개론>이나 <사격에 대한 모든 것> 같은 제목을 지니고 있어도 어울렸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격과 총기의 역사나 발전, 과거로부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등의 부분이 풍부하게 수록되었다면 더 유익했을 것 같지만, 창작의 뿌리가 되는 배경지식을 심어준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목적에 시작점을 찍은 듯한 기분이다(누가 그랬다. 시작이 반이라고.) 앞으로 더 필요한 지식들은 선택적으로 검색해 찾거나, 다른 도서들을 더 읽어보며 이 책을 통해 쌓은 기반에 살을 덧붙여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지식이 많이 쌓였을 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하다.
나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모든 지식들을 총동원하면서 봤다(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서 나오는 총기 혹은 사격 혹은 군대에 관한 지식들). 이렇게 하나하나 디테일을 상기시키는 과정도 즐거웠고, 앞으로 미디어 매체에서 마주하게 되는 관련 지식들도 백지 상태가 아니라 약간의 사전지식이 있는 형태로 볼 수 있어서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D.P>공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가 이렇게 얕게나마 알게 된 지식들이 지나가듯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지 궁금하다.
무기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고, 또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감추지 못할 책일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얕게 겉만 훑어주는 게 아니라 베테랑 느낌으로 파고들어야 할 부분은 파고드는 책이라 무기학 서적을 학생 때부터(심지어 시험기간에도) 좋아하던 지인이 생각나 이 책을 소개해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사격 #사격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