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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님의 서재
  • 다윈의 미완성 교향곡
  • 케빈 랠런드
  • 23,400원 (10%1,300)
  • 2023-05-02
  • : 720

📍인간의 문화적 능력은 고립된 채로 진화하지 않았으며, 인지와 행동의 핵심적인 측면들과 복잡하게 공진화하며 형성되었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종합한 책이다. 학술서와 대중서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책인 것 같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란 유전자 진화와 문화의 형성 및 발전이 상호작용하며 현재의 인간에 이르렀다는 이론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진화심리학은 유전자 진화를 중심으로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진화사회과학에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되먹임'을 바탕으로 인간의 진화에 문화 역시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해당 분야에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으로서 읽는데 어렵긴 했지만, 어려운 부분은 어렵구나~ 하고 나의 무지를 인정하고 넘어갔다. 대학에서 고고학 수업에서 호미닌의 진화에 대해 배울 때 유형성숙처럼 다른 포식자들과는 다르게 물리적으로 연약한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측면이 흥미로웠는데, 신체적 능력보다는 사회적 지능을 발달시켰다는 가설이 존재하며, 문명 형성과 예술 행위가 등장한 것이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물론 아주 깊게 파고 드는 수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정도만 배웠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는데 약간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인간만이 극도로 발전시킨 '문화'라는 측면을 파고들어 진화에 대해 규명해 보고자 한 연구자들이 존재했다니, 주제 자체는 나도 관심 있는 주제였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왜 인간은 문화를 형성해서 현재까지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대단했다. 어찌 보면 문화는 과학과는 겹칠 듯 말 듯 한 분야 같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름대로 정리한 바로는, 인간의 사회적 학습 능력이 이 모든 진화의 바탕에 있다. 또한 이 사회적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모방이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특수화된 사회적 학습자다. 즉, 그들의 능력은 특정한 기능을 성취하기 위해 특정한 계통에서 진화한 특수화된 해결 방법이며,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만 사용된다. 반면 인간은 일반화된 사회적 학습자다. 즉, 우리는 분명 전략적으로 모방하지만, 그 모방이 우리의 지식에 의해 심각하게 제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135-136)

창의성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혁신 역시 효율적일 경우, 사회적 학습을 통해 개체군에 확산된다. 이러한 혁신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큰 두뇌에 있었기에 지능 역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이 설명에서 기억에 남는 가설은 '문화적 추동 가설'이었다. 사회적 학습이 뇌의 진화를 추동했다는 가설인데, 긴 수명으로 성장기가 길어지며 세대 간 지식 전달의 기회가 증가한 것이 효과적인 사회적 학습과 혁신에 대한 자연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이 에너지 획득 증가로 이어져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획득 증가는 곧 개체군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이므로 자연스럽게 긴 수명을 위한 선택압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긴 수명 역시 진화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여기까지 읽으면 모방과 사회적 학습, 그리고 혁신의 관계에 대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왜 그 능력을 바탕으로 이 정도의 문명을 이뤄낸 것은 인간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약간 부족하다. 저자 역시도 '우리 조상의 뛰어난 기술과 문화를 가능하게 만든 행동, 신체 형태, 환경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201)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를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한 결과, 문화적 전달의 높은 충실도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높은 충실도를 이루는 요소는 (저자에 따르면) 언어와 가르침이다. 언어는 효과적인 가르침을 위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가르침은 협력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행동 전통이 규범으로, 규범이 법규로 발전하며 구조화된 사회가 탄생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한 것이 바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다.

개인적으로는 12장 '예술' 부분이 흥미로웠다. 연기는 적응이 아니며 오히려 굴절 적응이고, 모방에 대한 선택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자연선택이 최적의 사회적 학습에 필요한 마음을 빚어내지 않았더라면 예술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364) 이때같이 언급된 것이 '거울 뉴런'인데,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나 그와 동일한 행동을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볼 때 발화되는 뇌세포라고 한다. '영화, 연극, 오페라, 컴퓨터게임이 관객의 능력, 즉 관객이 스스로 직접 활동하고 있다고 여기며, 두려움과 긴장감을 경험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하는 능력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369)는데, 바로 거울 뉴런이 그 능력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의 모방 능력이 없다면 영화 산업뿐만 아니라 연극과 오페라도 존재하지 않을 것'(369-370)이라는 게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소설과 영화,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무대 장치나 촬영 기술 말고는 과학과 연결되는 지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재미있었다. 역시 모든 분야는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 어떤 이들은 '문화'를 인간과 나머지 자연계 사이에 놓인 장벽으로 규정하고 싶겠지만, 분명 인간의 문화 능력도 진화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과학과 인문학의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그 과제는 동물 행동과 동물 인지의 오래된 뿌리로부터 어떻게 인간의 특별하고도 고유한 문화적 능력이 진화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p.26)

🔖 인간은 마치 협력하도록 태어난 듯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동일한 것을 기대하는 듯하다. 우리의 행동은 공정함에 대한 동기와 다른 이들의 입장을 고려하고자 하는 동기에 자주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심지어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완전히 낯선 이에게도 공정함을 지키려는 충동을 느낀다. 이러한 결론은 매우 다양한 맥락과 다양한 정도의 상호작용에서 수행된 수천 개의 실험에서 되풀이되었다. (p.37)

🔖 인간은 구시대적인 생물학적 유산에 갇히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존재다. 우리의 적응력은 문화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 모두에 의해 강화된다. 생물학적 적응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경우 문화를 통해 대항한다. (p.304)

🔖 지식이 점점 소실되기 어려워지고 문화의 진화가 한 방향으로만 가속화되면서, 지식의 습득 과정과 소실 과정이 모두 발생하던 상황에서 습득 과정에 편중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필요한 정보만을 즉각적으로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p.337)

🔖 인간 사회를 서로 구분 짓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수천 년간 진행된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다. 현대 인간의 적응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생물학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문화를 통해 우리의 세계를 쌓아 올렸지만, 이는 문화를 위해 우리의 마음이 다듬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p.362)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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